형식적 점검 등으로 실효성을 의심받아온 국가안전대진단이 지난 5일부터 시작됐다. 다음달 30일까지 54일간의 일정으로 총 30만곳에 대한 안전점검이 실시된다. 울산에서도 건축시설, 생활·여가, 보건복지·식품, 환경·에너지, 교통·시설 등 7개 분야 8500여 시설에 대한 일제점검에 돌입했다. 안전취약시설인 중소병원, 요양병원, 쪽방촌, 찜질방, 고시원, 숙박업소, 대형 목욕업소, 전통시장, 대형공사장 등은 핵심분야로 분류, 집중점검하게 된다. 국민들의 안전의식·문화를 고취하는 한편 각종 위험 시설물의 안전을 일제 점검해 ‘화재·교통사고, 산업재해, 자연재난, 범죄 등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취지에서다.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벌써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점검대상에 비해 전문가 수가 너무 적어 수박 겉핥기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14년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지난 4년간 수천억원의 예산과 수백만명이 투입돼 국가안전대진단이 실시됐지만 형식적 점검 등으로 정작 재난·사고를 줄이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왔기에 더욱 그렇다. 되풀이 되어서는 안될 일이다. 이번에도 또 한번의 형식적 점검에 그친다면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만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거창한 구호보다는 단 하나의 위험요소라도 제대로 찾아내고 개선하려는 내실에 중점을 둬야 할 것이다.

국가안전대진단으로 인해 2015년 1조5693억원, 2016년 1조8385억원, 지난해 1조2316억원 등 천문학적인 예산이 보수·보강에 투입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문가 인건비만 연간 100억~300억원대에 이르고, 인력도 2016년 연인원 64만명, 지난해 연인원 75만명이 투입되는 등 4년간 200만명이 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가안전대진단 실시 이후에도 우리나라의 각종 재난·사고는 오히려 늘어나거나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짧은 기간에 너무 많은 대상을 해야 하다 보니 형식적인 점검에 그치기 때문이다.

올해도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울산의 경우만 해도 해당 기간내 점검을 완료하기 위해서는 주말·휴일없이 하루 150여곳에 대한 점검이 이뤄져야 한다. 이미 일선 지자체에서는 “제대로 된 점검이 될지 의문”이라는 소리가 나온다. 행정안전부가 13일 오전 개최한 국가안전대진단 관련 긴급 시·도 영상회의에서도 전문가 부족 문제가 제기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난 국가안전대진단에서 건물주가 자체 점검해 이상없다고 보고한 뒤 대참사가 빚어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의 사례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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