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전시컨벤션센터가 드디어 27일 착공한다. 어렵게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해 드디어 착공에 이르렀다. 2020년 말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완공까지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남았다. 성장정체에 직면한 울산 산업의 미래를 고려하면 너무 늦었다는 아쉬움이 없지 않다. 전시컨벤션센터는 자동차·조선·석유화학이라는 기존 산업의 고도화나, 중후장대한 제조업 중심의 3대 주력산업을 뛰어넘는 산업다각화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시컨벤션센터는 단순한 대형 전시·회의 공간을 뛰어넘는 MICE산업의 교두보이다. MICE는 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s), 컨벤션(Convention), 이벤트와 전시(Events & Exhibition)의 머리글자를 딴 것으로 ‘굴뚝 없는 황금 산업’으로 불린다. MICE 산업은 그 자체로도 부가가치가 큰 산업이지만 기획사, 숙박업체, 음식점 등 다양한 산업으로 연계될 뿐 아니라 국가 이미지 제고, 정치적 위상 증대, 사회·문화 교류 등에도 크게 기여한다. 한국관광공사 조사에 따르면 MICE 참가자들의 1인당 평균 소비액은 일반 관광객의 3.1배, 체류 기간은 1.4배에 달한다. 싱가포르와 홍콩은 MICE산업을 통해 성장한 대표적 국가다.

인근 도시인 부산은 울산에서 전시컨벤션센터 건립이 거론되기 시작했던 2001년 벡스코를 개장했다. 초창기 운영난을 겪기는 했으나 2010년 시설을 확장할만큼 급성장했고, UIA 기준 국제회의도시 아시아 4위, 세계 9위(2014년)라는 성과를 낳았다. 벡스코가 부산이 국제도시로 성장하는 주춧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제2벡스코 건립이 논의되고 있다.

이제 울산도 MICE 산업이 본격화된 셈이다. 전시컨벤션센터 완공까지 기다려서는 안 된다. 완공과 동시에 가동률을 높이고 MICE 산업 활성화라는 목표를 조기달성하려면 비즈니스를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 국제적 규모의 회의와 전시는 대개 몇년 전부터 기획되기 때문이다. 울산에 있어 MICE산업은 미개척지나 다름없다.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을 수도 있고, 기존 제조업과 MICE산업의 융합을 통해 크게 시너지효과를 발휘할 수도 있다. 전시컨벤션센터 건립을 10여년만 더 앞당겼더라면 오늘날 산업다각화라는 숙제가 조금은 해소되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을 갖지 않을 수 없는 것도 그 때문이다. 방어진 바닷가를 찍은 항공 사진 한 장과 500원짜리 지폐 한 장으로 영국에서 차관을 얻어내고 대형선박 수주를 끌어낸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도전정신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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