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목 울산암각화박물관장·고고학 박사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을 눈앞에 두고 있다. 도핑의혹으로 러시아 선수들이 대거 불참하자 일찌감치 노르웨이 우승을 점치는 사람이 많았다.

노르웨이는 인구 500만의 작은 나라지만 22차례 동계올림픽에서 8번을 우승한 겨울스포츠의 절대강국이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함께 스키의 종주국(宗主國)으로도 알려져 있다.

로널드 헌트포드(Ronald Huntford)는 <스키의 인상적인 역사>에서 빙하시대 구석기인들이 스키를 발명했을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그러나 실제 유물은 러시아 신도르 호수(Lake Sindor)에서 발굴된 약 8000년 전 스키 파편이 가장 오래된 것이다.

스키 장면이 새겨진 암각화들은 노르웨이와 스웨덴, 러시아 백해지역에 분포한다. 노르웨이는 1994년 릴레함메르(Lillehammer) 동계올림픽에서 레이듀이(Rødøy) 암각화를 심볼 마크로 활용했다. 러시아 잘라브루가(Zalavruga) 암각화에서는 놀라운 스키 활강장면(滑降場面)을 볼 수 있다.

▲ 러시아 잘라브루가 암각화(V. 라브도니카스 도면에서 스키장면을 발췌 편집)

경사진 바위와 요철을 따라 절묘하게 새긴 암각화는 마치 눈 위에 찍힌 스키 자국과 발자국을 묘사한 것처럼 보인다. 이들 지역은 성스러운 돌을 섬기며 순록을 따라 유랑하는 사미족(Sami) 또는 라프족(Lapp)이라 불리는 원주민들의 땅이기도 하다. 자연조건이나 문화적으로 스키의 요람으로 손색이 없어 보인다.

2015년 중국 연구자들은 신장자치구 아얼타이산에 1만년 전 스키 장면이 그려진 암채화가 있다고 발표했다. 중국 정부는 이곳을 스키 발생지(birthplace)로 명명하고 대규모 스키단지로 개발하겠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같은 해 중국은 뒤늦게 동계올림픽 유치전에 뛰어들어 결국 2022년 개최지로 베이징과 장자커우가 선정됐다. 스키 그림의 진위는 여전히 불명확해보이지만, 중국이 동계올림픽 유치와 더불어 스키 종주국 논쟁에 가세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상목 울산암각화박물관장·고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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