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젖줄 태화강의 가치가 날로 치솟고 있다. 죽음의 강에서 생명의 강으로 변모한 태화강은 각종 철새가 도래하고 연어와 같은 어류가 회귀하면서 2013년 환경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한 전국 12대 생태관광지역으로 선정됐다. 이제 순천만에 이은 두번째 국가정원 지정을 꿈꾸고 있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강 곳곳에 은어, 연어, 황어, 고니, 원앙, 백로, 수달, 삵 등 1000여종의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어 생태계의 보고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울산시민 스스로는 국가정원 지정을 시간문제로 여기고 있다. 태화강 남북 쪽 둔치에 조성된 철새공원과 태화강대공원은 어떤가. 사시사철 푸르름을 잃지 않는 십리대숲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시민 휴식처이자 도심 생태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다. 어쩌면 태화강 생태관광자원의 경제적 가치가 부산 해운대와 비슷하다는 한 연구 결과를 섭섭하게 받아들일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아쉬움이 적지 않다. 강을 중심으로 늘어 선 남·북 도심의 살풍경한 모습이 태화강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강줄기를 따라 개설된 도로를 중심으로 제 멋대로 들어선 건물과 각종 시설은 태화강을 특정인의 전유물로 만드는 것도 모자라 난개발의 표본을 보여주는듯 하다. 공공성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사유시설들만이 태화강의 최대 수혜자로 자리하도록 오랜 세월 묵인·방치한 도시행정의 난맥탓이다. 수변공간은 육역과 수역이 유기적으로 결합돼 일체화된 공간으로서 오픈 스페이스 기능뿐만 아니라 레크리에이션, 경관형성, 환경오염저감, 정서함양, 생산 등 복합적 기능을 수행하는 공공성이 높은 공간이 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태화강 주변은 이 기준에 턱없이 못미친다.

그런 와중에 또 하나의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온다. 울주군 범서읍 굴화리 일원 태화강변 그린벨트 지역 13만8634㎡를 해제, 1879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건립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서민주거안정을 위한 주거복지로드맵에 따른 것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가 공공청년임대주택과 10년 임대주택, 일반분양 주택 등을 짓기 위해 ‘태화강변 공공주택지구 지정’ 추진에 나선 것이다. 국토부는 오는 5월 공공주택지구 지정을 고시하고, 2019년 2월 개발계획 및 실시계획과 그린벨트 해제 일괄 의제 등 지구 계획을 승인할 예정이다. 전체 사업부지 가운데 공동주택 용지는 8만4788㎡이며 근린생활시설용지 6950㎡, 공원 2만461㎡, 도로 및 보행자 도로 1만9586㎡, 녹지 5849㎡로 구성돼 있다. 울주군도 차질없는 사업진행을 위해 보상업무 지원 등 행정지원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울주군지역으로의 인구 유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도시확장과 지역의 인구를 늘리려는 자치단체의 노력을 폄훼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왜 하필 태화강변인가’라는 의구심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서울보다도 넓은 면적을 자랑하는 울산이다. 눈을 돌려보면 공공주택 건립 용지가 늘려있는데 굳이 태화강변에 대규모 공공주택을 건립하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이다. 불가피한 이유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소상히 밝혀 시민적 공감대부터 형성해야 할 것이다. 도심 속 수변공간은 모든 시민이 공유해야 하는 매우 중요한 공공자산이기에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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