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울주군 범서읍 굴화리 원예농협하나로마트 앞 ‘울밀로(국도 24호)’는 교통량이 많다. 울산의 중심가를 기준으로 보면 관문이자 길목이기 때문이다. 울산고속도로에서 장검IC로 나온 차들의 상당수가 이 도로를 이용해 시내로 진입한다. 하루 이용객 1만6000여명에 달하는 KTX울산역과 인구 2만7000명의 언양읍으로 연결되는 가장 빠른 도로다. 또한 인구 7만명에 달하는 범서읍 구영·천상리 등의 주민들이 시내로 오가는 주요 통로이기도 하다. 때문에 6차선의 이 도로는 걸핏하면 체증으로 몸살을 앓는다. 이 도로가 막히면 삼호교 앞 사거리와 신복로터리까지 마비상태가 되면서 그 파장은 무거동·다운동·태화동 일대로 확산되기 마련이다. 울산고속도로 진입에도 애로가 따른다.

그런데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이 도로를 끼고 있는 태화강변의 개발제한구역(GB 13만8634㎡)을 해제해 1879가구의 대규모 아파트를 짓겠다고 한다. 이 지역은 현재 조성돼 있는 도로 외에 달리 도로를 개설할 여지가 전혀 없는 곳이다. 울밀로와 태화강 사이에 끼여 있는 GB이기 때문이다. 현재 도로에 과부하가 걸리면 이 GB를 해제해서 도로로 편입하지 않으면 달리 도리가 없다.

태화강은 울산이 생태도시로 거듭난 대표적 상징이자 울산시민의 가장 큰 자산이다. 자칫 LH가 정부의 ‘주거복지로드맵’이라는 공공성 확보를 이유로, 공적 공간인 수변공간을 자의적으로 이용해도 된다고 오해해서는 곤란하다. 고밀도·고층 아파트가 수변공간을 가로막는 것은 도시경관 훼손은 물론 누구나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어야 하는 수변공간의 공공성에도 위배된다. 더구나 그동안 보아온 LH의 아파트는 건축물의 미적 가치로 보더라도 민간아파트에 미치지 못한다. 태화강을 대표상품으로 관광도시를 꿈꾸는 울산의 도시경관에도 부정적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교통이나 경관은 도시발전에 있어 매우 중요한 가치다.

LH는 저소득층의 임대주택이라며 공공주택이나 주거복지 정책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 또한 동의하기 어렵다. 1879가구 중 절반인 939가구(105㎡)가 일반 분양이고 51㎡의 청년임대아파트는 394가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10년임대주택 547가구도 80㎡로 서민형 임대아파트라고 하기는 어렵다. 주거복지가 아니라 LH의 돈벌이가 목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 일대는 지금도 시설물들이 하나둘 들어서고 있다. 기왕에 GB 해제가 거론된 김에 아파트가 아닌 공공성을 전제로 한 활용도를 모색하는 공개적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울산시의 적극적 대처가 절실하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