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지원금은 정부와 원전 사업자가 원자력 발전소가 들어선 지역의 발전을 위해 지원하는 돈이다. 1989년 제정된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른 것으로, 원자력 발전소 인근 주민들의 문화, 복지 사업 따위에 사용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최대의 기피·혐오·갈등 시설로 여겨지고 있는 원전을 유치한 지역을 지원, 상대적으로 살기 좋은, 살고 싶어지는 지역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원활한 원전사업을 위해서도 원전유치지역의 긍정적 개발이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지금껏 수천억원의 원전지원금이 투입된 해당 지역의 면면은 그렇지 못하다. 원전시설이 들어선 특정지역을 제외하고는 주변 전체가 여전히 낙후성을 면치 못하는 경우가 많다. 원전지원금의 사용처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감이 드는 부분이다. 주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사업보다는 원전 유치 지역의 자치단체가 원전지원금으로 보여주기식 편의시설 건립에 치중한 탓이 클지도 모른다.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지역에 2000억원이 넘는 원전지원금이 풀릴 예정이다. 신고리 5·6호기 자율유치로 확보한 인센티브 1500억원, 고리1호기 계속운전지원금 350억원, 고리3·4호기 출력증강지원금 200억원 등으로 한국수력원자력(주)이 지급한다. 이 가운데 고리1호기 계속운전지원금 350억원과 출력증강 지원금 200억원 중 130억원이 지급됐다. 신고리5·호기 자율유치 인센티브 1500억원도 사업본격화로 조만간 지급될 예정이다. 주민들은 사용처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주민복지와 소득증대 등 다양한 사업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발전 및 주민소통 아카데미’를 개최, 전문강사로부터 지역발전과 소통에 대한 강의까지 들어가면서 사업방향을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각 마을단위의 소지역 이기주의에 함몰, 갈라진 주민단체의 이해다툼으로 번졌던 지난 날을 생각하면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서생면 지역의 백년대계를 위한 마중물로 소중히 쓰일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사업방향을 잡을 수 있었으면 한다. 그동안 각종 원전지원금은 수혜대상자인 원전 지역 주민들 간의 반목 때문에 사용처를 놓고 진통이 많았다. 서생 지역 각 마을단위들의 이해가 얽히고 얽히면서 지원금을 어떻게 쓸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주민협의회가 꾸려졌지만 일부 주민들은 대표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소송을 거는 바람에 시간을 낭비하기도 했다. 또 목적을 의심케할만큼 잘못된 사용도 적지 않았다. 그많은 돈으로 무엇을 했느냐는 소리까지 나올 정도였다. 울주군과 주민들이 힘과 지혜를 모아 이번만큼은 제대로 쓰여졌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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