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농수산물도매시장 시설 현대화 사업 추진위원회가 구성됐다. 8년째 표류를 거듭하고 있는 농수산물도매시장 현대화 사업이 원점에서 다시 출발하면서 그 첫걸음을 뗀 셈이다. 도매시장 법인과 소매동번영회 등 도매시장 구성원이 참여하는 추진위원회 구성은 농림수산식품부의 도매시장현대화사업 공모에 신청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문제는 추진위 구성으로 다시 첫걸음을 떼기는 했으나 여전히 미완이라는 점이다. 추진위 구성보다 더 중요한, 용역결과에 대한 구성원 전체의 수용이 담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울산농수산물도매시장의 구성원은 중앙청과(주), 울산중앙수산시장(주), 울산건해물시장(주), 울산수협, 원예농협, 청과소매동회, 수산소매동회 등 5개 법인과 2개 소매동번영회다. 울산시는 3년전 농수산물도매시장의 현대화를 위한 용역을 실시한 다음 이전 건립이라는 결과를 갖고 국비를 신청했다가 탈락했다. ‘사업 구체성이 부족하고 무엇보다 구성원들의 반대가 있다’는 것이 탈락 이유였다. 결과적으로 용역결과의 시효인 3년이 지나가 버림으로써 예산만 낭비하고 말았다.

울산시는 이같은 사례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이들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타당성 용역결과에 대해 수용하겠다는 협약서를 체결하고자 했으나 중앙청과(주)가 서명을 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울산시에 따르면 중앙청과도 용역결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고는 하나 서명 없는 입장표명을 믿고 용역을 진행해서는 안 될 것이다. 또다시 용역비만 날릴 우려가 있을 뿐 아니라 국비를 신청했다가 다시 탈락한다면 더 이상 신청조차 힘들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농수산물도매시장 이전이 분명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남구 삼산동이라는 현 위치가 도심이므로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것은 매우 큰 장점이다. 하지만 지은지 28년이 경과하면서 건물이 노후화해 안전상 문제가 심각한데다 판매장과 주차장이 좁아 혼잡이 극심할 뿐 아니라 주변 교통체증까지 유발하고 있어 이전을 검토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접근성이 좋다는 장점을 살려 재건축을 하자는 일부의 주장도 일리는 있으나 공간 확장이 어렵고 재건축시 비용 부담이 크므로 부지 매각비용으로 이전건립해야 한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울산농수산물도매시장의 시설 현대화는 시급하다. 열악한 시설 탓에 도매시장의 기능이 약화됨으로써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울산도매시장의 연평균 반입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청과물 1일 평균거래규모가 32개 공영도매시장의 평균거래량보다 낮은 수준이다. 울산의 유통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도 이번 추진위 구성을 계기로 시설 현대화에 대한 결론을 내려야 한다. 구성원들은 용역결과를 수용하겠다는 협약에 참여한 다음 객관적이고 공정한 용역결과를 얻는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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