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범죄도시’의 성공, 17년 걸렸다
늦깎이 신예 강윤성 감독
자신의 영화 인생 풀어내

▲ 지난 12일 CK치과병원 CK아트홀에서 열린 제8기 비즈니스컬처스쿨에서 강윤성 영화감독이 강연하고 있다. 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영화 ‘범죄도시’는 지난해 개봉한 한국영화 중 ‘택시운전사’ ‘공조’에 이어 3번째로 많은 관객을 불러모았다. 티켓파워가 센 배우 하나 없이 추석이라는 성수기에 이병헌, 김윤석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출연한 ‘남한산성’을 상대로 거둔 성적이다. 골리앗을 쓰러뜨린 다윗을 만든 건, 마흔일곱 늦깎이 신예 강윤성 감독이었다. 영화판을 어슬렁거리긴 하였으나 그가 직접 영화감독으로 데뷔하기까지는 무려 17년이 걸렸다.

12일 CK아트홀에서 열린 제8기 비즈니스컬처스쿨 2번째 강의에 한국영화계의 히로인, 강윤성 감독이 참여했다. ‘기회를 성공으로 이끄는 비밀-범죄도시, 어떻게 관객마음 훔쳤나’ 주제로 2시간 동안 이어진 강연은 도전, 시련, 성공, 미래 등 인생의 키워드를 ‘영화’라는 매개를 통해 다시 들여다보는 시간이었다.

강 감독은 17년 동안 영화가 촬영 직전 무산된 경험이 여러 번 있다고 했다. 투자 단계를 넘어서면 캐스팅이 안되거나, 캐스팅이 되면 투자가 안되거나 했다. 둘 다 성사돼 촬영에 들어가는 순간 배급사가 도산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영화 연출의 꿈을 포기하지 못했던 건 다음 주, 다음 달을 바라보며 희망의 끈을 놓지않았기 때문이다. 데뷔까지 17년이 걸릴 걸 미리 알았다면 도저히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첫 영화 ‘범죄도시’의 성공은 단순 행운이라기 보다 그 간의 행보가 밑거름이 되었다는 분석이다. 사람의 공감을 얻기 위햐서는 어떤 장르건 리얼리티가 중요하고 생각했다. 실제사건인 ‘2004년 왕건이파 소탕작전’을 영화의 모티브로 삼은 것도 그 때문이다. ‘절친’ 마동석과의 호흡은 디테일이 살아있는 시나리오와 영상으로 완성됐다. 영화제작 이전부터 인연을 맺어왔던 배우 마동석에 대해 강 감독은 “판단력과 계산이 빨라요. 기획과 스토리 구성에도 탁월한 재능을 갖고 있다. 그러면서도 공감이 가는 생활연기의 달인이다. 연출자 입장에서 굉장히 편하다”고 했다.

오랜 준비기간으로 탄탄한 내공을 쌓고, 믿을 만한 조력자를 곁에 두고 서로의 발전을 도모하는 상생관계를 유지한 것이 어찌보면 성공이라는 달콤한 선물을 안겨준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규모 자본이 아니라 관객의 입소문과 SNS를 활용하는 마케팅도 흥행을 도왔다. 흥행은 유행을 낳고, 다양한 패러디물이 가능한 한 많이 노출되도록 유도한 점도 주효했다.

첫 영화를 대박으로 마무리 한 강 감독의 새로운 꿈은 무엇일까. 그는 “늦게 데뷔한 만큼 오랫동안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나이와는 상관없이 그 어느 곳에 내놓아도 촌스럽지않은 액션영화를 만들고 싶다. 단 한번의 성공에 안주하는 순간 그 꿈은 사라지게 된다. 한단계 한단계, 지난 17년이 그랬던 것처럼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차기작을 신중하게 고려하고 있다.

강윤성 감독은 미국 예술아카데미대 영화연출과를 졸업했다. 올댓호러 시나리오공모전에서 아이디어상을 받았고, 지난해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과 대한민국톱스타상 시상식에서 신임감독상을 받았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