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언제나 우리들 가까이에 있지만 검찰이나 법원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먼 곳으로 인식돼 있다. 솔직히 두렵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하다. 그런데 울산시 동구 서부동 새납마을에 ‘영세서민 주거생활권(화해 권고 결정) 이룬 (울산지법) 서영효 부장판사님 감사의 마음 전합니다’라는 의외의 현수막이 내걸렸다. 경제적 형편만을 고려하더라도 판결에 감사할 수 있는 결과를 얻어내기가 쉽지 않은 주민들이다. 바로 울산지방법원이 개원이래 처음으로 실시한 ‘찾아가는 법정’이 서민들의 고통을 어루만져준데 대해 그들이 할 수 있는 큰 성의를 나타낸 것이다.

법정의 문턱을 낮추는 ‘찾아가는 법정’은 전국 어디에서나 환영받고 있다.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소송이라는 것이 많은 이해당사자가 있기 때문이다. 현장을 찾아간다고 해서 한번에 해결될 수 없기도 하거니와 원고와 피고 모두에게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오히려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그래서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울산지방법원이 첫 시도한 이번 ‘찾아가는 법정’도 지난해 7월28일 첫 방문했던 사건이다. 핵심진술을 할 일부 주민이 고령에다 거동이 불편하다는 점을 고려해 현장을 찾아 나선 것이다. 법원의 따뜻함과 진정성이 원고와 피고 모두에게 가 닿았든지 추가심리를 통해 양측의 의견을 수렴, 지난달 화해권고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이다.

이번 사건의 피고는 영세민들이 사는 서부동 새납마을 주민들이다. 약 30년전 경매를 통해 땅을 사들인 지주들이 31명의 가구주들을 대상으로 건물 철거와 토지 인도, 토지 사용료 지급 등을 요구하는 토지 소유권에 기한 방해 배제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가구주들은 1960년대 마을 형성 당시에 이전 토지 소유주의 동의와 사용 승낙을 얻어 집을 지었기 때문에 요구에 응할 수 없다고 맞섰다. 그런데 현장까지 찾아왔던 법원의 권고에 따라 수십년간 살던 집을 잃을 뻔 했던 피고들은 당분간 어려움 없이 살 수 있게 됐다.

법원이 현장을 가보지 않았다면 이같은 판결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법리에 따라 판결을 했다면 당연히 토지를 사용할 수 있는 법률적 원인이 인정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장을 눈으로 확인한 법원은 가슴으로 판결을 할 수밖에 없었기에 토지가 근린공원지구로 지정돼 있어 당분간 개발여지가 없다는 사실을 갖고 원고를 설득할 수 있었던 것이다. 법률적 잣대 이상의 따뜻함이라는 기준을 현장에서 찾아낸 법원, 현수막 한장이지만 진심으로 감사를 표시하는 주민, 이런 사회가 바로 사람 사는 세상이 아닌가 싶어 가슴이 절로 따뜻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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