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살기좋은 집 - (9)낙수장(Fallingwater)
경상일보-울산건축사협회 공동기획

 

20세기 최고의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설계 작품
돌·나무 등 자연재료 이용
자연-사람-건축물 조화 이뤄
백만장자 카우프만의 3층 주말주택
폭포와 큰 바위들 그대로 살리고
내부 인테리어·가구와도 조화
20세기 10대 건축물에 선정되기도

요즘 들어 부쩍 ‘집’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여기서 말하는 집은 단순히 인류의 본능적 생존만을 위한 은신처가 아니다. 자신의 개성을 ‘집’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발현하고자 하는 욕구가 현대사회 속에서 그만큼 늘어난 게 아닌가 한다.

 

집은 가족제도의 다양화나 사회체계, 기술과 미학의 발전 등으로 인해 각 자의 삶의 방식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집은 어쩌면 개개인 자신이나 가족들의 감정과 향수가 깃든 그리운 고향일 것이며 자신만의 독특한 취향을 가미한 칵테일과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번 기회를 통해 평소 존경하던 한 건축가의 주택 작품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낙수장(Fallingwater)은 20세기 최고의 건축가라 불리는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 1867~1959)가 설계한 작품이다. 라이트는 근대건축에 있어 세계4대 거장 중의 한 사람이며 20세기 건축사에 가장 영향력을 많이 준 건축가로 알려져 있다.

라이트의 작품들은 주변의 자연적인 재료(돌, 나무 등)들을 이용해 자연과 사람 그리고 건축물이 자연스럽게 조화된, 유기적인 양식의 작품들을 많이 만들었다.

낙수장은 라이트의 자연주의 건축철학이 가장 잘 표현되어 진 건축물이다. 낙수장은 미국 펜실베니아 주 피츠버그에서 1시간30분 거리의 밀런 숲 속에 위치해 있다.

낙수장이라는 이름은 낙수(falling water)의 의미(물이 위에서 아래로 떨어진다) 그대로다. 맑고 깨끗한 계곡의 시냇물이 흘러 작은 폭포를 만들어 내고 있어 유래된 이름이다.

낙수장의 건축주는 그 당시 피츠버그에서 앤드루 카네기와 더불어 피츠버그의 대형백화점을 소유하고 있던 백만장자 에드가 카우프만이다. 그는 라이트에게 자신의 가족들을 위한 주말주택을 의뢰했다. 주택이 위치한 피츠버그 근교 숲 속은 말 그대로 자연 속 한 가운데였다. 라이트는 6개월의 구상 끝에 시냇물이 흐르는 작은 폭포 위에 짓기로 결정 한다.

 

이유인즉 아름다운 주변 경관과 폭포를 단순히 감상하고 바라만 보는 대상으로 한정시키지 않고, 그 속에 함께 동화되어 멋진 풍경 속으로 들어가 자연과 생활하는 삶을 희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그의 이런 멋진 아이디어를 실천으로 옮기는 데는 만만치않은 걸림돌이 많았다. 가파른 계곡의 경사와 여기 저기 불쑥 솟아있는 큰 바위들이 골칫거리였다. 하지만 라이트는 솟아있는 바위를 눈여겨보면서 기막힌 아이디어를 도출해 낸다.

 

바로 캔틸레버식 디자인이다. 일명 외팔보 디자인이라고도 한다. ‘한쪽 끝이 고정되고 다른 끝은 받쳐지지 않은 상태로 되어 있는 보’라고 보면 된다. 인위적으로 만들어내는 수평선과 자연적으로 만들어져 있는 바위돌 등 보여지는 수직면이 서로 조화를 잘 이루어 낼 것이라는 확신이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결국 라이트는 대지가 가진 개성적 상황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살려내어 자신의 유기적인 건축철학의 빛을 발하게 했다. 또한 주택 내부 인테리어 및 가구 등에도 평소 가구 및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활발한 활동을 했던 그의 세심함이 발휘되어 전체적으로 건축물의 완성도를 더 높일 수 있었다.

 

3층으로 이루어진 낙수장은 건물 하단부는 맑고 깨끗한 시냇물이 통과해 흘러 작은 폭포를 만들어 내고 있다. 기둥은 모두 암석으로 만들어 졌고 대지 주변에서 공급해 작업하였다고 한다. 1층은 모두 거실과 테라스로 구성이 되어져 있다. 바닥에는 그 곳에 자리하던 암석 등이 그대로 거실의 바닥을 이루게 해 친근감을 더한다.

 

공간의 안팎에는 다양한 크기의 테라스로 펼쳐져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자연의 한 가운데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2층과 3층은 개인 방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여기에도 다양한 크기의 테라스들이 주변 풍경과 어울려 그 모습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즉 내부와 외부가 연속되어 아무런 방해 없이 자연과 접하고 있는 점과 더불어 안팎 공간에 사용된 재료들의 일관된 연속성을 보여주고 있다 할 것이다.

이를 두고 어느 건축비평가는 “궁극적으로 돌, 물, 나무, 나뭇잎, 안개, 구름, 하늘의 점증적 효과를 살린 결과물”이라고 했다.

▲ 낙수장(Fallingwater)은 20세기 최고의 건축가라 불리는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 1867~1959)가 설계한 작품으로 라이트의 자연주의 건축철학이 가장 잘 표현되어 진 건축물이다. 낙수장은 미국 펜실베니아 주 피츠버그에서 1시간30분 거리의 밀런 숲 속에 위치해 있다. 사진은 낙수장의 내·외부 모습.

여기에서 라이트의 디자인을 이끄는 힘은 아마도 서로 다른 대지들이 뿜어내는 고유의 아름다운 풍경과 그 풍경 속의 건축가의 정신을 발현시키는 과정에서 나온다. 이는 낙수장이 20세기 최고의 주택 중 하나로 꼽히는 이유일 것이다. 낙수장은 2000년 미국건축가협회가 선정한 20세기 10대 건축물로도 선정되었다.

▲ 박철현 태인씨디에이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 건축사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건축주에게 “당신이 폭포를 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폭포와 함께 살기를 바랍니다. 폭포가 당신 삶의 핵심이 되는 겁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는 라이트의 설계 의도 중 핵심이었던 것이다. 그의 나이 69세에 설계한 이 작품은 곧바로 그의 대표 작품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우리 고건축에서도 물은 아주 중요한 요소(시각적 풍경과 청각적 소리)로 다뤄져왔다. 사찰의 진입공간을 살펴보면 대부분의 사찰이 산지 계곡 등에 위치해 있어 그런 것도 있겠지만 물이 성스러운 공간의 경계나 그 과정에서 심신을 여과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정자들이 위치한 곳도 수려한 풍경과 더불어 시냇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는 자연계곡에 많이 위치해 있는 것은 심신을 흐르는 시냇물에 흘려 자연과의 동화를 꾀함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설계한 낙수장(1936~1939)은 건축적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보수작업으로 많은 토론의 대상이 되었다. 처음 이 집을 지을 때 들어간 비용이 1억5000만원 정도인데 나중에 보수작업을 위해 들어간 돈은 150억 정도였다. 이로 인해 그렇게 큰 수리비용을 들여서 굳이 복구해야 하는지 등의 의견들도 많았다.

각계 전문가들을 초청하여 건축토론회가 개최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복구 결정이 났고 지금껏 수많은 관광객과 건축인들로부터 사랑받는 건축물로 남이 있다. 그것은 이 세상에서 둘도 없는 건축물이기도 하겠지만 어쩌면 위대한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70년이라는 경험을 토대로 심혈을 기울여 세상에 내놓은, 노력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박철현 태인씨디에이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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