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조홍래 울산산학융합원장

▲ 산학협력을 통한 자급도시 조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조홍래 울산산학융합원장. 창밖으로 신축공사가 진행중인 산업단지가 내려다 보인다. 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두왕동 울산테크노일반산업단지내
324개 기업과 3개 대학 6개 학과
3개 국책연구기관도 입주
민간 기업연구소도 50여곳에 달해
대학·기업 연계 현장중심 교육체계
R&D-인력 양성-고용 선순환 목적
울산산학융합원 출범 올해로 5년차
조정-매칭-재투자 역할 이어갈 것
3D프린팅산업 선도 R&D에도 만전

울산시 남구 두왕동에 울산테크노일반산업단지가 조성돼 있다. 324개의 기업이 참여하는 이 산업단지는 단순하게 기업체들이 몰려 있는 기존 산업단지와는 다르다. 대학이 함께 입주한 산학융합지구이다. 울산대학교, UNIST, 울산과학대학교 등 3개 대학의 6개 학과가 지난 3월1일 이 곳에서 개학했다. 산학협력의 새로운 지평이 열린 것이다. 그 중심에 (사)울산산학융합원이 있다. 조홍래 울산산학융합원장(울산대학교 산학협력부총장)을 만나 산학융합원의 역할과 산학융합지구가 울산의 미래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 들어본다.

-울산산학융합지구의 현황을 소개하면.

“울산산학융합지구는 새로 조성된 테크노산업단지 내에 울산대관, UNIST관, 기업연구관 등 3개동(부지 7만6065㎡, 건축면적 2만9677㎡)으로 구성돼 있다. 울산대는 첨단소재공학과·화학과, UNIST는 제어설계공학과·경영공학과·기술경영전문대학원, 울산과학대는 환경화학공업과가 이 곳으로 캠퍼스를 옮겼다. 학생은 모두 971명, 교원은 62명이다. 또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연,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분원 등 3개 국책연구기관도 입주했고 민간기업연구소도 50여개가 들어왔다. 산업단지와 대학, 연구기관을 공간적으로 통합해놓음으로써 R&D(연구개발)에 큰 변화의 물결이 일것이다.”

- 산업단지와 대학을 공간적으로 통합한 것이 새로운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까.

“우리나라가 산학융합의 중요성을 깨닫고 활성화를 시도한 지는 오래됐으나 크게 성과를 내지 못했다. 아이디어와 현장이 쉽게 접목되려면 물리적 접근성이 중요하다. 기술개발을 완료한 다음 비로소 생산으로 연결하는 기존시스템으로는 산업의 변화를 좇아갈 수 없다. 작은 아이디어를 수시로 실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보다 정교하게 다듬어서 제품화할 수 있기 때문에 실수나 실패를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예상 밖의 기술과 상품이 탄생될 수도 있는 것이다. 산학융합지구는 새로운 기술을 창출할 수 있는 주체인 대학과 기업전문가들이 모여서 토론하고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현장 중심의 교육체계이다. R&D­인력양성­고용이 선순환되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산학융합지구 조성의 목적이다.”

­개발중인 공단 속에 있는 대학이 학생들이나 학부모는 물론 교수들에게도 불안감을 주지 않겠는가.

“아름다운 캠퍼스를 기대했던 신입생과 학부모들의 불만이 많았다. 학교 구성원들간의 갈등도 있었다. 하지만 서서히 불만의 목소리가 기대로 바뀌고 있다. 요즘은 많은 대학들이 아름다운 자연환경의 캠퍼스보다 첨단시설을 갖춘 팩토리랩(Factory LAB·공장형 실습실)을 추구한다. 울산산학융합지구는 거대한 팩토리랩을 갖춘 대학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산업체 부지는 전부 분양됐고 국립3D프린팅연구소도 곧 들어올 예정이다. 매우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교육과 연구가 가능하다.”

-울산산학융합원의 역할은 무엇인가.

“울산산학융합원은 산학융합지구의 활성화를 위해 울산시와 대학이 중심이 돼 만든 사단법인이다. 울산시부시장과 남구청장, 3개 대학 총장, (재)울산테크노파크원장, 한국산업단지공단 울산지역본부장, 울산상공회의소 회장,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영남본부장, 한국화학연구원 센터장 등으로 이사회가 구성돼 있다. 그동안 융합원은 기반시설에 대한 입주자들의 애로사항을 해결해주고, 관리와 배분에 대한 조정을 해주는 역할을 주로 해왔다. 이제는 산업체와 대학의 매칭을 고민하는 단계에 있다. 아이디어와 프로그램을 발굴하는 등 드러나지 않는 인사이드워크(Inside work)가 매우 중요한 시기다. 앞으로는 재투자를 활성화하는 방안까지 모색해야 한다.”

­구체적인 프로그램은.

“그동안 융합촉진프로그램과 R&D연계 현장맞춤형 교육인 프로젝트랩을 추진했다. 각각 1000여명이 참여하는 성황을 이루었다. 중소기업역량강화 프로그램, 기술교육, 기술자문 등도 시행했다. 올해는 현장형 교류의 장을 구축하는 것에 전력할 것이다. 특히 기계, 화학, 소재 분야 등 3D프린팅산업의 기반인 학과가 집중돼 있으므로 3D프린팅산업을 선도할 수 있는 R&D에 집중할 계획이다.”

-산학융합지구가 아직 일반인들에게는 낯설다. 선진 사례를 꼽는다면.

“흔히들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사례로 들고 있으나 미국과 영국 등지의 사이언스파크에 더 가깝다고 본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의 리서치트라이앵글파크(Research Triangle Park)가 좋은 모델이다. 롤리시(市)에 있는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학, 더럼시의 듀크대학, 채펄힐시의 노스캐롤라이나대학의 3개 대학을 연결한 삼각지대(트라이앵글)에 국립환경위생연구소와 리서치트라이앵글연구소, IBM과 제너럴일렉트릭 등 대기업의 연구시설이 있다. 또 보잉사와 세필드대학이 공동으로 설립한 영국의 첨단제조기술연구소인 AMRC(Advanced Manufacturing Research Center)처럼 시제품을 만들어가면서 연구를 해나가는 체제도 본받아야 한다. 기업과 대학의 선순환구조를 통해 자급자족하는 도시를 추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울산산학융합지구의 장점은.

“전국적으로 13개 융합지구가 있다. 울산은 전국 지구 가운데 2번째로 규모가 크다. 울산은 대기업이 많은 도시이지만 R&D는 매우 취약하다. 중소기업들도 대기업 납품에 치중하므로 굳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할 이유가 없다. 원청에 밉보인다는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근래들어 위기를 겪으면서 자체기술개발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고 자본력을 갖춘 중소기업도 많다. 대학도 경쟁없이 나태했다. 3개 대학이 융합지구를 통해 서로 자극제가 되고 있다.”

-성공적인 융합지구를 위해 융합원이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문화와 목표가 다른 대학과 기업이 최적의 파트너십을 구축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미니클러스터, 대중소기업협의회, 창업보육네트워크, 실무자연구회 등 기술교류 네트워크를 구축해서 산학간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물고 상생을 이룰 것이다. 한가지 바람이 있다면 인재들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교수 등 연구인력에 대해서도 지역에서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있었으면 한다. 성장정체에 직면한 울산이 먼 미래를 내다보며 변화를 시도하려면 실력을 갖춘 인재가 무엇보다 절실하다.”

-울산대 산학협력부총장이 융합원장을 맡아 융합원의 역할에 혼란이나 한계가 있지 않을까라는 우려도 있다.

“권한보다는 책임이 강한 자리다. 한 대학의 산학협력이 1대1인 것과는 달리 융합원은 다중협력을 추구하는 곳이다. 일부 다른 도시에서는 불협화음이 있는 것으로 듣고 있다. 다행히 울산산학융합지구는 울산대·울산과학대는 학부 중심, UNIST는 대학원 중심인데다 전공도 다른 학과로 구성됐다. 사립과 국립이라는 차이점도 있다. 경쟁보다는 보완적이다. 서로 협조적일 수밖에 없다. 객관적 입장에서 상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나갈 것이다.” 정명숙 논설실장 ulsan1@ksilbo.co.kr

▶조홍래 (사)울산산학융합원장
-울산대학교 산학협력부총장
-대한암학회 이사
-대한혈관외과학회 이사
-대한이식학회 이사
-울산대학교병원 교육연구부장
-울산대학교병원 병원장 역임
-미국 에모리대학교 이식면역연구소 연구원 역임
-한림대학교 교수 역임
-서울대학교병원 외과학 전임의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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