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반 강타한 변혁의 바람
인간 존중과 인권 보호를 위한
사회개혁운동으로 승화시켜야

▲ 강혜경 경성대학교 외래교수 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 이사

2018년 1월 검찰청 내부 성추문 고발을 시작으로 한국사회를 강타한 ‘미투(#Me Too)’는 연극계, 영화계, 가요계, 정치계, 심지어 교육계까지 번지며 우리사회 전반에 충격을 주고 있다. 미투가 확산되면서는 성폭력 의혹을 받고 있는 가해자와 가해자 가족에 대한 인신공격이나 마녀사냥이 쏟아지고, 한편에서는 여성을 멀리하는 펜스룰(일터에서 여성과 거리 두기)과 여성·남성 혐오까지 나타나 미투 운동의 변질에 대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미투 운동의 창시자 타라나 버크는 최근 영국 매체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를 통해 미투 운동의 출발과 본질을 언급했다. 버크의 메시지는 미투 운동(Me Too Movement)은 △성별에 관계없이 성폭력 희생자를 위한 운동이며 △여성 피해자가 많기 때문에 여성이 주도하는 모양이지만 남성은 적이 아니며 △성폭력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느껴야 한다고 요구할 수 없으며 △유명인들의 운동 참여는 부정적이지 않으며 △남성이 일상에서 여성을 배제하려고 하는 태도는 해결책이 아님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미투 운동의 본질은 여성운동이 아닌 ‘폭력 반대운동’의 관점에서 재정립돼야 하며, 성 대결의 양상을 경계해야 한다. 1994년 마이클 클라이튼 원작의 영화 ‘폭로(Disclosure)’는 남자도 성폭력의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권력형 성폭력의 본질이 남녀의 젠더 문제가 아닌 권력에 의한 문제임을 보여준다.

실제 한국노동연구원의 지난해 30인 이상 사업체, 만 20~50세 미만 근로자 1135명을 대상으로 한 ‘직장 내 근무환경 실태조사’ 결과는 눈여겨볼 만하다. 남성(665명) 중 성희롱 관련 상담경험이 있는 응답자가 13.1%였고, 여성(480명)의 성희롱 상담비율은 17.5%로 성별격차가 4.4%에 불과했다. 성폭력이 남녀 모두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과 미투 운동이 인간존엄의 인권문제로, 보다 보편적이고 공동체적 사회운동으로 접근해 가야 함을 시사하고 있다.

미투 운동은 2017년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범죄 고발로 시작되었다고 알려져 있지만 해시태그 캠페인은 사회 운동가 타라나 버크가 2006년 처음 사용했으며, 2017년 앨리사 밀라노를 비롯한 할리우드 유명 여배우들에 의해 대중화되었고, 2017년 시사주간지 ‘타임’이 올해의 인물로 ‘침묵을 깬 사람들(The Silence Breakers)’을 선정하며 사회적 지지를 이어가고 있다.

버크의 미투 캠페인은 1997년 열 세살 흑인 소녀로부터 성학대 경험을 듣고도 제대로 돕지 못했던 트라우마에서 비롯됐다. 오랜 세월 그런 상황이 다시 온다면 어떤 말을 들려줘야할 것인가를 고민하다 ‘Me Too’가 최선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버크는 2006년 뉴욕에서 젊은 유색인종 여성을 위한 비영리단체 ‘저스트 비(Just Be)’를 설립하고 ‘Me Too’ 캠페인을 시작했다. 미투의 함축된 뜻은 ‘나도 그렇다’ ‘나도 너처럼 나쁜 일을 겪어봤다’ ‘네가 느끼는 수치심과 절망에 공감한다’ ‘너의 슬픔과 고통을 더는 일에 나도 동참한다’이다. 여기서 미투를 ‘공감을 통한 권한 부여(empowerment through empathy)’라 정의하며, 미투 운동의 핵심이 함께하는 연대감에 있다는 버크의 관점에 주목해야 한다. 미투가 사회적 약자가 선택할 수밖에 없는, 실명을 공개하는 위험을 감수하는 자해적 성격을 띤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미투 운동은 갑질에 대한 저항이며, 우리사회 전반에 불고 있는 변혁의 바람이다. 성범죄가 성별의 차이나 성욕의 문제가 아닌 권력과 제도, 사회문화적 용인을 이용한 폭력이며, 성범죄의 원인이 가해자에게 있음을 인식하는 주체성과 독립성을 가진 신세대의 가치변화이다. 따라서 미투 운동은 피해자 구제를 위한 법안 발의와 사례중심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미온적 변화가 아닌, 다양한 차별(성별 등)과 억압, 폭력을 넘어 인권과 인간존중의 평등한 사회개혁 운동으로 확산되어가야 한다. 결국 건강한 젠더감수성과 비폭력적 태도는 ‘펜스 룰’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강혜경 경성대학교 외래교수 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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