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 등 문제에 유감 표명

▲ 베트남을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전 하노이 주석궁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을 마친 뒤 쩐 다이 꽝 베트남 국가주석과 주석궁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 ‘전략적 협력동반자’ 10주년 맞아 ‘포괄적·전략적 동반자’로 격상 제안
문 대통령 “편리한 시기 방한 희망”…꽝 주석 “가급적 이른 시기에 방한”

베트남을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한국과 베트남이 모범적인 협력관계를 발전시켜 가고 있는 가운데 우리 마음에 남아있는 양국 간의 불행한 역사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베트남 주석궁에서 쩐 다이 꽝 베트남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기에 앞서 모두발언을 통해 이같이 말하고 “양국이 미래지향적인 협력 증진을 위해 함께 힘을 모아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는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의 참전과 그 과정에서 빚어진 민간인 학살 등의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유감의 뜻을 밝힌 것이어서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베트남 호찌민 시에서 열린 ‘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 2017’ 행사의 영상축전을 통해 “한국은 베트남에 ’마음의 빚‘을 지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으나, 유감의 뜻을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대해 꽝 주석은 이날 비공개 회담에서 “베트남전 과거사에 대한 한국 정부의 진심을 높이 평가한다”며 “과거의 아픔을 치유하고 양국 간 우호관계를 공고히 하며 상생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더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유감표명’을 공식 사과로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 “공식 사과라고 하는 것은 정부 차원에서의 진상조사와 그에 따른 사과, 그의 후속조처로서의 배상이 따르는 의미인데, 그런 의미의 공식 사과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번 유감 표명은 지난번에 문 대통령이 ’마음의 빚‘이라고 표현했던 것에서 진전된 게 아니고 비슷한 수준”이라며 “과거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했던 발언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지난 2001년 우리나라를 방문한 천 득 렁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불행한 전쟁에 참여해 본의아니게 베트남인에게 고통을 준데 대해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은 2004년 렁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베트남이 과거 고난을 극복해 왔다는 점에서 우리와 비슷하다”며 “우리 국민은 마음의 빚이 있으며, 베트남의 성공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베트남 국빈 방문 계기에 과거사 문제에 대해 어떤 수위에서 입장표명을 할 것인지를 놓고 깊이 고민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꽝 주석에게 “올해 첫 순방국으로 베트남을 방문하게 돼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베트남은 한국에 특별한 나라이고 우리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신남방정책의 핵심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이어 “어제 23세 이하 베트남 축구대표 선수들을 만났는데 선수들이 땀 흘려 훈련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베트남 양국이 힘을 모으면 불가능은 없다는 ’한-베트남 매직‘을 실감할 수 있었다”며 “준우승을 다시 한 번 축하하며 계속 좋은 성적을 거둬 ’한-베트남 매직‘을 이어갈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양국은 1992년 수교 이래 경제·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경이로운 성장을 거뒀다”며 “특히, 2009년 이후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심화·발전시켜 오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양국 간 교역액은 작년 한 해만 40% 이상 증가해 640억 달러에 달했고, 한국은 베트남의 2대 교역국이자 최대투자국, 베트남은 한국의 4대 교역국이 됐다”며 “2020년까지 양국 간 교역 1천억 달러 목표는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며 내년 중 베트남이 우리의 3대 교역국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한-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미래공동체 구상을 발표해 아세안 국가들과의 협력을 포괄적으로 격상시키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며 “이번 방문을 통해 핵심 파트너이자 아세안의 중심 국가인 베트남과의 협력관계를 한층 강화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내년 양국 간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 수립 10주년을 맞아 양국관계를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한 단계 더 격상시켜 나가자”고 제안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에 앞서 꽝 주석은 “베트남의 무술년 첫 외국 국빈인 문 대통령의 방문은 양국이 지난해 수교 25주년을 기념해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고,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가 제반 분야에서 효용적이고 다양하게 발전하고 있는 가운데 진행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의 국빈방문이 양국관계가 비약적으로 발전하기 위한 동력을 마련해 양국 국민에게 이익이 될 뿐만 아니라 역내와 세계의 평화, 안정과 번영에 기여하는 성과를 이루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꽝 주석은 “이 기회를 빌려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에 대해 진심으로 축하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꽝 주석에게 편리한 시기에 한국을 방문해 주시기를 희망하며 방한시 최상의 예우로 대접하도록 하겠다고 정중하게 방한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꽝 주석은 가급적 이른 시기에 한국을 방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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