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교사에 의해 성추행을 당해 고통을 겪는 중·고등학교 여학생들이 적지 않다. 대학과는 달리 미성년인 중·고등학생이라는 특성상 사건화되는 경우가 많지 않을 뿐, 일부 학교 여학생들 사이에선 특정 교사에 의한 ‘성추행 주의보’가 공공연하게 나돌기도 한다. 사적인 문제로 치부되던 ‘가정 폭력’이 사회화를 통해 공권력 개입이 가능해진 것처럼 ‘학교 성폭력’도 두려움과 억울함으로 고통받는 여학생들을 각별하게 보호해 줄 수 있도록 별도의 제도화가 필요하다.

4일 울산지역 30여개 사회·여성단체들이 지난해 4월 울산지역에서 발생했던 학교 내 성폭력과 관련해 교육청과 학교 측의 대책강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새삼스레 다시 논란이 되고 있는 이 사건은 남자 교사에 의한 여학생 성폭력의 여러가지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중학교 3학년인 이 학생의 주장은 “교사가 팔목을 끌어당기고 한손으로 허리를 감싸안으며 가슴 밑 부분을 만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처분했다. CCTV 등의 자료확보가 어려운데다, 다른 학생들이 비슷한 경험을 하고도 학교에서 당할 불이익을 우려해 경찰에 나가 진술을 해주지는 않았던 것이다. 더큰 문제는 피해 학생에게 가해진 2차 피해다.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 이 학생은 그 교사와 한 학교에서 지내게 되자 원형탈모가 발생할 정도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그 억울함을 SNS에 올렸다가 오히려 교사에 의해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한 상황이 됐다.

이날 사회·여성단체들이 대거 참여해 기자회견을 한 이유도 2차 피해 때문이다. 이들 단체들이 요구했듯이 교사는 고소를 취하하고 학생들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해야 할 것이다. 학교와 교육청도 피해자 보호와 2차 피해 방지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검찰과 경찰은 학교 성폭력에 대한 특수성을 인정하고 피해자의 입장에서 더 엄중한 조사를 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청소년기는 성에 대해 매우 예민하게 반응한다. 이 시기의 불쾌한 경험은 왜곡된 성의식 또는 인관관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학생에게 있어 교사는 절대적 권력이다. 게다가 대체로 교사의 성추행은 하나의 사례에 그치지 않는다. 일종의 잘못 길들여진 나쁜 버릇처럼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때문에 교사의 행동이 사회 통념상 문제가 될 정도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학교는 오로지 학생의 입장에서 더 엄중한 기준을 적용하고 반드시 즉각적으로 전수조사를 해서 근본적인 대처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학교 성폭력’ 근절을 위한 사회적 관심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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