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은 겨울이 채 끝나기 전 꽃을 피워 세한지우(歲寒之友)로 불리며 유별난 사랑을 받는다. 더구나 꽃이 송이째 뚝뚝 떨어지면서 땅에서 한번 더 피는 듯한 처연함에 시인들의 관심이 각별하다. 우리나라엔 동백나무가 숲을 이룬 자생지가 많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곳만 해도 7곳이다. 울주 목도 상록수림(천연기념물 제65호)도 그 중의 하나다. 옛날 울산사람들이 목도를 동백섬이라 불렀던 것도 그 때문이다. 일제강점기 때 춘도(椿島)라고 바꾸었고 일제식 지명을 되돌리면서 섬모양이 사람의 눈처럼 생겼다해서 목도(目島)란 새이름을 얻었다. 동백이 떨어질 즈음이면 목도는 붉은 꽃으로 뒤덮인다. 목도의 동백은 겹이 아닌 홑꽃이다. 마치 호롱불과 같은 소박한 아름다움이 있다.

목도는 울산사람들에게 추억의 섬이다. 1만5074㎡의 작은 섬이지만 춘도초등학교(1991년 폐교)가 있을 정도로 주민이 많았다. 학생들의 소풍과 어른들의 야유회 장소로도 유명세를 떨쳤다. 아쉽게도 울산이 공업도시가 된 후 공단 속의 섬이 되면서 찾는 사람이 줄어들었다. 1992년부터는 문화재보호를 명목으로 출입이 통제됐다.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곳이 돼버린 것이다. 20년간이라는 출입제한 기간을 넘기고 다시 10년이 연장돼 2021년까지는 출입이 통제된다.

우리나라엔 문화재라는 이유를 출입이 통제되는 곳이 많다. 관리를 가장 손쉽게 하는 방법 같지만 결과가 반드시 좋지는 않다. 출입통제는 곧 무관심이 되기 때문이다. 목도도 동백·후박·사철나무 등의 상록활엽수가 줄어들고 낙엽활엽수가 세를 확장해가고 있다고 한다. 우점종이던 동백나무가 많이 줄어들어 후박나무가 우점종이 됐으나 그 마저도 병충해로 생육상태가 나빠졌다. 천연기념물의 정체성 위기다.

목도는 온산항으로부터 1.4㎞ 거리다. 배를 타고 들어가면 금세 가닿는 곳이다. 여전히 공단에 둘러싸여 있지만 예전처럼 공해가 심각하지는 않다. 춘도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을 가진 울산사람들은 물론 일반 관광객들에게도 제한적으로 개방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처용설화의 발상지 처용암(울산시기념물 제4호), 조선 때 수군기지가 있었던 개운포 성지(울산시기념물 제6호)도 지척이다. 문화재청의 공급자 중심의 관리정책에 수동적으로 따르기만 할 것이 아니라 관리와 활용에 대한 책임과 권리를 울산사람들이 되찾아와야 한다. 동백숲으로 이름난 여수의 오동도는 관광객들로 넘쳐나고 있다. 여수도 울산 못지 않게 공단도시다. 오동도는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있으나 해상케이블카까지 설치해 ‘대박’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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