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5일 울산지역을 강타한 제18호 태풍 ‘차바’의 직격탄을 맞아 대규모 침수피해를 입었던 중구 태화·우정·유곡동 주민들의 기다림이 좀처럼 끝날 줄 모르고 있다. 원인규명과 피해보상, 재발방지 대책마련을 놓고 LH, 울산시, 법원을 오가면서 길고 긴 줄다리기를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제대로 된 얘기를 듣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물난리의 공포지만 언젠가는 항구적 침수방지책이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속에서 힘겨운 일상을 영위하고 있을 뿐이다.

울산시 중구청이 태화시장 일원의 홍수피해 예방을 위해 고지배수터널 조성을 추진한다. 유곡천 저류지가 지난 태풍 차바 때 제역할을 하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난데 따른 것이다. 태화동주민센터 지하주차장에서 뒤편 주택가 소로를 따라 도로 지하로 터널을 뚫겠다는 것이다. 즉 상류지역에서 내려오는 자연유출량을 직경 4m의 수로를 따라 태화강으로 자연배수하는 개념으로, 흘러드는 물 53%를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구청은 또 배수터널 이외에도 태화시장 GS수퍼마켓 부지에 배수펌프장을 설치할 계획이다. 태풍 차바 당시 태화시장 일원의 물이 이 곳으로 집중돼 많은 피해를 남겼기 때문이다. 중구청은 이곳에 분당 1570t을 배출할 수 있는 배수펌프장을 만들어 태화시장의 홍수피해를 예방할 계획이다. 태화시장 일원으로 흘러드는 물의 양을 100%로 볼 때 고지배수터널이 53%를 처리하고 나머지 47% 정도는 배수펌프장의 강제 펌프로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에서다.

중구청의 이같은 방안은 주민 요구에서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태화·우정·유곡재난대책위가 마련한 침수재발방지대책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서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교수(대한하천학회 회장)는 “중구청이 태화시장 일원에 배수펌프장 설치를 고려하고 있는데, 오래전에 묻어놓은 처리용량이 부족한 하수관거를 교체하지 않는 이상 도움이 안될 것”이라며 “태화시장 일원에 지하터널을 만들어 평상시에는 도로로 이용하고 비가 올 때는 차단해 우정혁신도시의 빗물이 태화강으로 빠져나가게 하는 것도 한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시도 늦춰져서는 안될 것이다. 중구청은 이달 중 행안부의 기본설계 심의를 받은 뒤 실시설계 등을 거쳐 올해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다. 준공은 2020년이 목표다. 자연재해위험지구로 지정된 탓에 사업비 475억원은 국비로 가능하다. 남은 것은 행정절차로 행정안전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다. 긴밀한 협의를 통해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적극 심의, 적기 발주가 가능하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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