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희망퇴직과 조기정년선택제를 시행하기로 했다는 소식은 지역사회를 얼어붙게 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오는 16일부터 29일까지 2주간 사무직과 생산기술직 등 근속 10년 이상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다고 지난 3일 노조에 통보했다. 이미 수년간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한데다 간간이 들려오는 수주소식에 더 이상의 인원감축은 없을 것으로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2000명이라는 대규모 감원을 하지않으면 회사가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다. 회사측은 9일 대표이사 및 각 사업대표 명의의 담화문을 통해 “유휴 인력이 3000명 이상”이라며 “해양사업은 4년 가까이 신규 수주가 없어 최소 1년반 이상 사업본부 전체가 전혀 할 일이 없다”고 호소했다.

현대중공업의 인력구조조정은 지난 2015년부터 시작해 이번이 4번째다. 첫 희망퇴직은 2015년 1월 과장급 이상 사무직 직원이 대상이었고 그 다음은 3월 여직원들이 대상자였다. 또 2016년 5월에는 과장급 이상 사무직과 기장 이상 생산기술직을 대상이었다. 이번에는 노조원들이 직접 대상으로 되는, 일반 생산직까지 범위를 넓혀 그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회사로서도 쉽지 않은 선택이었음이 틀림없다. 그만큼 회사의 사정이 녹록지 않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노조의 반발도 격렬하다. 지난 4일 조선업종 노조연대 차원의 상경집회를 시작으로 5일 고용노동부 항의집회 등 희망퇴직 중단을 위한 총력투쟁에 들어갔다.

마침 6·13지방선거를 코 앞에 두고 있어 지역정치권까지 나서 구조조정 중단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자리는 정치에 있어서도 가장 민감한 사안이기에 정치인들이 가만 있을 수는 없겠지만 단지 표심을 자극하기 위한 보여주기식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근로자들로서는 안정된 일자리에서 밀려나야 한다는 다급함이 있고 회사로서는 수천명의 유휴인력을 마냥 유지하고서는 살아남을 수가 없다는 절실함이 있다. 회사와 근로자, 절박한 두 입장을 두루 이해하면서 중재를 하는 것이 정치인의 일이다. 그들이 삭발을 한다든지 거리 투쟁에 나선다고 해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기에 하는 말이다.

글로벌 조선해양 분석기관인 클락슨은 “세계적인 조선소들이 구조조정을 통해 생산능력을 40% 감축하는 시점인 2019년 이후에야 조선업이 겨우 회복단계로 접어들고 정상궤도에 오르는 시점은 2022년”이라고 보고 있다. 양극단에서 자기 목소리만 높여서는 어떤 정의도 실현할 수 없는 시점이다. 일단 서로 마주 앉아야 한다. 대화를 통해 인력 감축을 최소화하면서 회사를 살리는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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