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을 받던 피고인이 법정에서 음독을 시도했다. 10일 오전 10시7분께 울산지법 306호 법정에서 형사재판을 받던 A(60)씨가 재판부로부터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자 옷에 지니고 있던 작은 병을 꺼내 농약으로 추정되는 독극물을 마셨다.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던 A씨가 재판부의 실형 선고후 법정구속을 위한 심문절차를 진행하던 중 갑자기 음독한 것이다. 병원으로 긴급이송된 A씨는 위 세척 뒤 경남 양산부산대병원으로 옮겨져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A씨는 “경북 경주에 산업단지 개발을 추진하는데 일이 잘되면 일대 임야를 저렴하게 분양해 주겠다”고 속여 피해자에게 1억1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기소돼 이날 실형을 선고받았다. 다행히 생명은 건졌지만 참으로 아찔한 순간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A씨가 재판에 앞서 위험물질인 농약성분의 독극물을 준비, 법정에 들여오는 과정에서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피고인이 위험물질인 농약성분의 독극물을 휴대, 보안검색대를 통과해 음독하기까지 무방비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법원 보안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이다. 법원 측은 “법정 출입을 위해 정상적인 보안검색을 진행했고, A씨도 검색대를 통과했다”면서 “다만 금속류가 아닌 작은 물건은 본인이 자발적으로 제시하지 않으면 확인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법정에 출입 검색 메뉴얼의 재정비가 필요해 보인다. 판결에 불만을 품고 법정에서 음독소동을 일으키는 경우가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상황에서 독극물 소지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보안검색대 통과만으로 법정출입절차를 끝내기에는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적어도 소지품 검사를 비롯해 액체에 대해서는 냄새를 통한 확인과정만이라도 거치도록 하는 것이 재발방지를 위해서도 필요해 보인다.

울산지방법원 측은 “사건 당사자나 방청객 등의 안전, 검색 대상자의 인권 보호 등의 가치가 충돌하는 사안이다”면서 “보안검색의 정도와 방법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절대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 있다. 어떠한 경우에도 법정에서의 안전과 질서가 흐트러져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재판결과에 불만을 품은 피의자들이나 방청객들이 법정에서 부리는 갖가지 난동이 심각한 양상을 띠고 있는 세태를 결코 가벼이 여겨서도 안될 것이다. 절차상의 번거러움이 있어도 세계 각국의 법정이 엄격한 검문검색을 유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되짚어 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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