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는 궁궐에 딸린 정원이 몇 곳 있긴 하지만 정원 관람이 흔한 일이 아니다. 반면 유럽과 캐나다 등지의 외국여행에서는 비싼 입장료를 지불하고 정원(garden)을 관람하기도 한다. 서양에서는 예부터 생나무 담장, 가로수, 조각, 분수, 정자 등으로 구성된 아름다운 정원을 조성해왔기 때문이다. 반면 작은 산으로 둘러싸인 골짜기에 마을이 형성된 우리나라는 별도의 정원을 두기 보다는 나즈막한 담장 바깥의 풍경을 빌려(借景) 정원으로 삼았다. 정원박람회는 우리 선조들이 집안으로 끌어들이고 싶어했던 그 자연풍경을 새롭게 해석하고 꾸며서 한자리에 전시하는 행사인 셈이다. 주거양식이 아파트로 바뀌면서 삭막해진 환경에 대한 반작용에 따라 정원에 대한 새로운 욕구가 생겨난데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2013년 순천만정원박람회가 성공을 거둔 것도 그 때문으로 해석된다.
‘2018년 태화강 정원박람회’는 바로 순천만정원박람회 성공의 바통을 이어받고자 하는 것이다. 관건은 차별화다. 순천만과는 또다른 태화강만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아름답게 꾸며진 정원을 감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도심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며 수천년 지역주민들과 함께 해온 ‘삶의 강’으로서 태화강의 가치를 재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특히 환경단체의 반발대로 ‘9일만에 21억원을 사용하는 낭비성 행사’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제2호 국가정원이라는 목적지에 도달해야 한다. 전시작품은 행사가 끝나고 철수하게 되지만 작품이 사라진다고 해서 반드시 낭비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국가정원 지정은 울산이 관광도시로 거듭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고 정원박람회는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방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십억원을 들이는 공연작품과 마찬가지로 수많은 관람객들이 도심 속에 있는 자연형 공원으로서 태화강의 가치에 주목하게 되고, 그 결과 국가정원 지정으로 이어진다면 그 가치는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