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달 중 국립산업기술박물관(이하 산업박물관) 로드맵 수립을 위한 용역에 착수한다. 울산에 설립할 예정이었던 산업박물관의 건립을 위해 로드맵을 수립한다는데 울산시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울산에 산업박물관을 건립한다’는 사실에 대해 정부가 여전히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정부의 용역 계획안에는 ‘울산 건립의 당위성’과 ‘재추진시 방법론’ 등에 대한 연구가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에 건립해야 할 당위성이 없으므로 서울에 재추진하기 위한 방법을 찾겠다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국립산업기술박물관의 울산건립은 정부 차원에서 이미 결정된 사항이다. 지난 2013년 8월26일 ‘산자부 장관과 기획조정실장 등이 심야회의에서 국립산업기술박물관의 울산건립을 최종 결정했다’는 사실을 언론에 공개한 바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지난해 8월 기획재정부는 KDI가 실시한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를 핑계로 “국민 공감대가 없고, 더 이상 추진할 요인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일방적으로 울산시에 통보했다. 국민적 여론을 수렴해 대통령에 의해 결정된 사안이 하루아침에 바뀐 것이다. 경제성을 중심으로 판단하는 예비타당성 조사로 문화시설 설립을 결정하자면 우리나라 모든 국립시설은 서울에 세워질 수밖에 없다. 노무현 대통령이 오죽했으면 특별법을 만들어 광주에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설립했겠는가. 지방도시들이 겪고 있는 서울과의 가장 큰 차별은 문화 체험의 어려움이다. 우리나라의 서울집중화가 심각하고 그 중에서도 문화편중이 가장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문재인 정부가 국정 최우선 과제로 두고 있는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을 가능하게 하려면 향후 건립하는 국립 문화시설은 전부 지방도시로 돌려도 모자란다.

더구나 산업박물관을 울산에 건립하는 것은 우리 국민이면 누구나 수긍할 만한 일이다. 울산은 우리나라 근대화를 이끌기 위해 사람이 살기 어려운 공해 도시로 전락하는 어려움을 견디었다. 국립산업박물관은 그에 대한 당연한 보상이다. 뿐만 아니라 산업박물관은 우리 국민들끼리 과거를 회상하는 추억의 공간이 아니라 전 세계에 우리나라의 발전과정을 알리는 관광상품이자 첨단산업의 미래를 예측하고 계획하는 컨벤션센터가 돼야 한다는 점에서도 울산설립의 당위성이 있다. 울산은 우리나라 대기업의 주력공장들이 모두 들어서 있는 ‘산업수도’이기 때문이다. 견학·관광객들이 박물관을 관람한 다음 산업현장을 둘러보고자 할 때 울산만큼 좋은 조건을 가진 도시가 있겠는가. 국립산업기술박물관의 울산 건립은 울산은 물론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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