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과정에서 내세운 울산지역 공약이 오리무중이다. 문 대통령의 울산공약은 8가지로 요약된다. △조선해양플랜트 연구원 설립 △원전과 석유화학단지 안정성 확보 대책 △도시외곽순환도로 조기 착공 △국립3D프린팅연구원 설립 △국립병원 설립 △태화강 국가정원 지정 △혁신도시 이주 공공기관 지역 인재 채용 30% 의무할당 등이다. 이 가운데 어떤 것도 뚜렷한 성과 없이 문대통령 임기가 벌써 1년 가까이 지났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이 국립병원 설립이다. 울산은 지난 정부의 공약으로 산재모병원 설립이 진행 중에 있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면서 산재모병원이 아닌 혁신형국립병원이라는, 콘텐츠가 완전히 달라진 국립병원이 공약으로 채택되면서 혼선이 시작됐다. 울산시민들의 바람은 국립산재모병원이든 혁신형국립병원이든 지역에 국립병원이 생기는 것으로 충분하지만 정부의 입장에선 그게 아니게 된 것이다.

사실상 국립산재모병원 설립과 관련한 정부의 검토는 끝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런데 최근 기재부를 방문한 울산시 경제부시장 일행은 문대통령의 공약인 혁신형국립병원과 상충되는 부분을 부각시키며 모호한 입장을 취했다고 전한다. 정권이 바뀌면서 정부의 입장이 달라진 것이 아닌가라는 추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때마침 올해는 지방선거가 있는 해다. 정치적인 이유로 일부러 묵묵부답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에서보면 울산은 이번 선거에서 한자리라도 확보해야 하는 특별한 지역이라고 인식할 수밖에 없다. 울산은 광역단체장과 5개 기초단체장까지 모두 자유한국당이 차지하고 있다.

울산시는 지금 몹시 혼란스럽다. 오랜기간 행정적인 검토를 거쳐 거의 확정단계에 이르렀다고 판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러개의 국책사업 가운데 그나마 산재모병원이 가장 진도가 많이 나간 사업이기도 하다. 정권이 바뀌면 국책사업에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시민들의 공감 속에 진행 중인 사업과 상충되는 대선공약을 내세웠다면 새로운 해법과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하면서 이해를 구하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다. 어떠한 설명도 없이 시간만 끌고 있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혹여 산재모병원 추진과정을 모두 없었던 것으로 하고, 다시 처음부터 절차를 밟아서 혁신형국립병원을 추진하는 것에는 울산시민들이 동의하기 어렵다. 경제성 측면에서 원만하게 통과하기 어려운 예비타당성 조사 등을 다시 거치자면 문대통령 임기내에 설립은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그 과정을 또다시 반복하는 것은 행정력 낭비이기도 하고 울산시민들에게는 커다란 상실감을 안겨주는 일이기도 하다. 정부는 하루빨리 산재모병원과 혁신형국립병원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향후 로드맵도 제시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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