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Hola! CUBA

▲ 아바나, 뜨리니다드, 산티아고 데 쿠바, 산타클라라, 바라데로에서 만난 쿠바인의 삶의 포즈.

전설같은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쿠바혁명의 클라이막스 산타클라라
올드카가 그림같은 파스텔빛 골목길
5년만에 다시 방문한 쿠바
좀더 느긋한 시선으로 즐기는 여행
또다시 오게될 쿠바를 상상하게돼

‘세상은 한 권의 책. 여행하지 않는 자는 단지 그 책의 한 페이지만 읽은 것에 불과하다.’ 지난 20년 간 지구촌을 오가며 다양한 삶의 포즈와 마주했다. 그 때마다 중세의 철학자가 남긴 이 명언은 늘 진리였다. 여행, 얼마나 멋진 말인가. 경상일보가 제안한 ‘지구촌 삶의 포즈’를 통해 좀더 많은 독자들과 그 느낌을 공유하고자 한다.

▲ 아바나, 뜨리니다드, 산티아고 데 쿠바, 산타클라라, 바라데로에서 만난 쿠바인의 삶의 포즈.

쿠바는 누군가에게는 음악이고 누군가에는 꿈이다. 또한 올드카이며 체 게바라의 시가이기도 하다. 그만큼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고 과거와 현재가 뒤섞이어 빛난다.

5년 만에 다시 가는 쿠바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카스트로는 사망했고 관계를 단절했던 미국과의 문호도 개방했다. 그로 인해 내가 사랑했던 쿠바가 변하지 않았을까, 변한 쿠바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예전처럼 그 곳을 사랑할 수 있을까, 두번째 방문에 앞서 여행자의 이기적인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 아바나, 뜨리니다드, 산티아고 데 쿠바, 산타클라라, 바라데로에서 만난 쿠바인의 삶의 포즈.

그럼에도 첫 방문 때보다는 훨씬 가벼운 기분임에는 틀림없었다. 첫 여행이 설렘과 신비로움으로 다가온다면 두번째는 여유롭고 즐겁다. 힘들여 찾지않아도 되고 촬영때문에 조급해 할 필요도 없다.

너그럽게 여행을 즐기고 한가로운 시간을 보낸다면 두 번째의 여행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 좀더 느긋한 시선으로 그들 삶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무거운 카메라도 많이 줄였고, 드론이라는 새로운 눈도 달았다.

▲ 아바나, 뜨리니다드, 산티아고 데 쿠바, 산타클라라, 바라데로에서 만난 쿠바인의 삶의 포즈.

쿠바 여행은 아바나에서 시작돼 아바나로 끝난다. 한때 앤틸리스제도의 파리로 불릴만큼 설렘과 동경으로 가득한 곳이다.

여명이 밝아오기 시작하면 아바나는 빛으로 가득 찬다. 아름다운 사람들과 낭만적인 거리가 오묘한 빛의 세계를 연출한다. 차갑던 푸른 빛이 따스한 온기로 바뀌면서 낡고 오래된 도시를 포근하게 감싼다. 그 기운을 온 몸에 받으며 모로성으로 향한다.

▲ 아바나, 뜨리니다드, 산티아고 데 쿠바, 산타클라라, 바라데로에서 만난 쿠바인의 삶의 포즈.

이동하는 과정에서 말레꼰(방파제)을 지난다. 아바나를 떠올리게 하는 대표적인 공간이다. 넓고 푸른 카리브해 파도가 쉼없이 밀려와 포말과 함께 부서진다. 아바나의 상징같은 이 곳에서 쿠바 사람들은 걷고, 놀고, 쉬고, 사랑을 나눈다.

아바나에서는 음악도 빠질 수 없다. 그 중심에 살아있는 전설같은 곳,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이 있다. 1920~1930년대 쿠바음악의 황금기를 이뤘던 그들은 사회주의 혁명 이후 명맥이 끊어졌다가 다시 미국의 프로듀서인 R.쿠더에 의해 발굴되고 이후 영화로 더욱 유명해졌다.

▲ 올드아바나의 올드카. 시간이 멈춘 낭만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원년 멤버들은 대부분 고인이 됐지만 다른 음악가들이 그 유명세를 이어간다. 아바나의 어느 조그마한 공연장에서 음악을 들었다. 나이가 들어 힘들어하는 모습이 역력했지만 그들의 목소리와 몸짓은 그들의 열정이 여전히 뜨겁다고 알려준다.

▲ 아바나 전경. 모로성과 말레꼰(방파제)

영화와 같은 아바나를 뒤로하고 산티아고 데 쿠바로 향했다. 그 곳을 찾은데는 5년 전 만났던 그들을 다시 만나기 위해서였다. 기억조차 희미한 골목에서 우연히 만났던 그 사람들은 그대로 삶을 이어가고 있을까. 물어물어 비로소 골목을 찾았다.

▲ 색의 도시 뜨리니다드의 새벽 풍경

한 쿠바노의 도움으로 5년 전 나의 앵글 속에서 있는 모습 그대로 모델이 되어줬던 그 사람을 다시 만났을 때의 감동이란! 반가워하는 그들에게 5년 전 모습이 담긴 사진을 건네고 짧은 작별인사를 한 뒤 돌아섰다.

그날 밤 가로등 아래 촉촉하게 젖은 길을 걸어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클럽을 찾았다. 이 곳은 춤을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 찬 곳이다. 직접 연주하는 음악에 맞춰 추는 살사는 누구나 흥분하게 만든다. 나를 향해 손짓하는 그들의 손에 이끌려 한바탕 몸을 흔들면 어느새 나 또한 쿠바노가 되어있다.

▲ 7년만에 재회 한 산티아고 데 쿠바의 노인.
▲ 올드카 속 쿠바인들.

산티아고 데 쿠바는 혁명의 발원지이며 카스트로의 고향이기도 하다. 산타 이피헤니아 국립묘지는 쿠바의 독립영웅 호세 마르티를 비롯한 국가적 위인들과 혁명가들이 잠들어 있는 곳이다.

얼마 전 타계한 피델 카스트로의 영묘 역시 이 곳에 있다.

산타클라라 역시 쿠바 혁명의 클라이막스와 같은 곳이다. 혁명군의 사령부가 있었던 이 곳에서의 결정적인 승리가 혁명을 완성했기 때문이다.

▲ 혁명광장에서 마주친 체 게바라

이 곳에는 체 게바라의 기념탑과 영묘가 있다. 볼리비아에서 사망한 그의 유해가 동지들과 함께 안치돼 있다.

내부는 촬영이 금지돼 있다. 이 곳에 꼭 와야 전설로 남아버린 체 게바라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영원히 꺼지지 않을 불꽃처럼 그는 우리에게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 안남용 사진가, 다큐멘터리작가

다시 아바나로 돌아왔다. 말레꼰에 앉아 끊임없이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고 밀려오는 파도를 바라보며 이번 쿠바여행을 정리했다. 파스텔빛 뜨리니다드의 새벽 골목길을 거닐었다는 것, 체 게바라의 꺼지지 않은 불꽃을 마주 했다는 것. 벅차오르는 가슴과 떨리는 심장이 속삭였다. 또다시 오게 될 다음 번 쿠바 여행을 미리 상상하라고. 안남용 사진가, 다큐멘터리작가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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