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만희 NCN화학산업 전문위원 전 SK에너지 생산지원본부장

필자는 1994년 하반기에 SK에너지 울산공장 총무부장으로 발령받아 울산생활을 시작했다. 울산사람들은 정이 많고 근무여건도 서울보다 여유롭고 푸근해서 좋았지만 산업공해로 인한 환경문제와 인프라가 많이 부족하다고 느꼈다.이는 SK그룹의 철학인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지역 사회로부터 사랑받는 향토기업을 실현하는 계기로 다가왔다. 즉 유공은 1962년에 울산 정유공장을 시작해서 울산시와 함께 성장했으니 가히 운명적 만남이라 하겠다. SK는 ‘지속경영과 지역사회와 함께’라는 경영철학을 가지고 울산시민이 진정으로 기업에 원하는 바를 찾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미팅을 실시한 결과 대학 설립, 종합병원 건립, 공원 조성 등 여러 아이템이 거론되었으나 최종적으로 공원 조성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1995년 당시 울산시장께 회사의 의견을 말씀드렸더니 시장께서 1986년 계획되었으나 예산난으로 중단되었던 울산대공원 조성을 제시함으로써 대공원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울산시가 제공하는 대공원 부지는 접근성이 좋고 야산과 평지가 조화를 이룬 110만평으로 세계적 명소로서의 요건을 갖추었다. 국내외 유수 공원 설계자를 초청하여 부지를 상공에서 입체적으로도 보고, 도보로, 자전거로 철저히 현장을 분석하여 설계 제안을 받았다.

최종적으로 오이코스 설계안을 채택하였는데 공사비 1000억, 당시로서는 엄청난 금액이었다. 그러나 그룹회장께서 흔쾌히 승인하시면서 당부사항은 단 하나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하라. 절대 생색내지말고 조용히 봉사하라”는 말씀이었다.공원 조성 기간을 10년으로 하고 매년 100억씩 투자하되 울산 임직원 모두가 비용 절감에 노력하여 내 공원을 짓는 사명감을 갖고 함께 결의를 다졌다.

울산대공원의 마스터플랜을 담당한 오이코스사는 세계적 수준의 한국적인 21세기 도시근린공원 조성을 목표로, 다양한 계층이 도심 속에서 편안하고 창조적인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울산대공원을 구상하였다. 즉 다양한 시민의 욕구를 수용하고, 시민에게 휴식과 건강, 사색과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며, 도시환경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대공원을 조성하고자 했다.

또한 울산이 환경도시로 거듭남으로써 산업과 환경이 균형을 이루는 대도시로서의 위상을 갖추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어야 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건강, 창조, 배움, 사랑, 기(機)’ 라는 다섯가지 상위 개념을 선정하였다. 이 다섯가지 상위 개념은 10년간 시설물의 선정, 배치, 이용 등에 일관성을 유지하는 방향타 역할을 하였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했다. 해외 선진공원에 대한 벤치마킹은 필수였고 필자의 경우 선진 5개국 10여개 공원을 2주간 방문하는 등 강행군을 하면서 시민과의 소통 및 의견수렴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1995년 울산시와 협약체결 후 연간 100억원씩 투자하여 공사를 진행하던 중 외환위기를 맞았다.모두들 국가적 위기이니 공사를 중단함이 좋겠다고 하였으나 “울산시민과의 약속이니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과 함께 투자의 완급조절을 하면서 중단없이 진행하였다.다행히 IMF 이후 미진했던 공사에 집중하여 2002년 월드컵 개최에 앞서 1차지역을 개장, 내외국인의 호평과 함께 산업도시와 공원도시의 조화도 보여주었다.

특히 IMF 후 외국투자기관의 SK주식 대량매수로 경영권에 큰 위협이 발생했을때 울산시민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향토기업 SK를 살리자”는 기치하에 ‘SK 주식사주기운동’을 전개하고 관계기관에 선처를 호소하는 등 SK를 위해 일어섰고 이에 SK임직원은 무한한 감사와 함께 상생의 의미를 몸으로 체험하면서 그 정성으로 2006년 울산대공원 전구역을 개장해 울산시민께 드렸다.

울산대공원은 울산시가 부지를 제공하고 기업이 1026억원을 투자해 울산시에 기부함으로써 시민들이 시내에서 휴식하며 즐기는 아름다운 모범사례다.또한 울산대공원 조성을 계기로 대기환경이 크게 개선됐고 월드컵 개최, 태화강대공원 조성 등 환경개선의 시발점이 됐다고 생각한다.나아가 태화강대공원을 국가정원화하고 신불산에서 장생포에 이르는 관광벨트를 조성해 관광도시로 발전도 기대해 본다.이를 통해 우리는 ‘인간은 자연과 함께 갈때 행복한 미래로 멀리갈 수 있다’는 것을 다시한번 공감하고 실천할 때라고 생각한다.사람과 자연의 아름다운 동행!

이만희 NCN화학산업 전문위원 전 SK에너지 생산지원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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