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수연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이비인후과 전문의
나는 6살 때부터 엄마 손에 이끌려 버스를 타고 이비인후과에 갔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하다. 진료 의자에 앉으면 이마에 동그란 거울을 붙인 의사 선생님이 내 콧구멍을 벌리고는 긴 막대기를 집어 넣어 콧물을 제거해주었는데, 그러고 나면 한결 숨쉬기 편안해졌다.

학창 시절에는 9월만 되면 수업 듣는 내내 맑은 콧물이 줄줄 흘러 하루에 두루마리 휴지 한통을 다 써버렸다. 그 때는 정확한 병명을 모르고 있다가 의대생이 되고 나서야 내가 알레르기 비염을 앓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이비인후과를 전공으로 택한 이유도 사실은 이 알레르기 비염 때문이다. 내 알레르기 비염을 직접 고치고자 마음 먹었던 것이다.

알레르기 비염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알레르기성 비염 환자가 1500만 명을 넘어섰다.

알레르기 비염은 코 점막이 특정한 물질에 대해서 과민해진 상태로, 그 물질이 코로 흡입되었을 때 과민 반응하여 코 점막이 붓고, 콧물이 나고, 코 안이 가렵고, 재채기를 하게 되는 질환이다. 알레르기 결막염도 자주 동반되어 눈가려움증도 발생한다.

부모 중 한쪽에 알레르기가 있을 때 자녀가 알레르기 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50%, 양 부모가 알레르기 질환을 가지고 있다면 알레르기 질환 확률이 75%로 증가한다.

알레르기 비염을 유발하는 물질을 알레르겐이라고 하는데 집먼지 진드기가 가장 유명하다. 그 외에도 애완동물의 털이나 비듬, 바퀴벌레 등의 실내 알레르겐이 있고, 실외에서는 쑥, 돼지풀 등의 꽃가루 등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 집먼지 진드기에 알레르기가 있어 증상이 일년 내내 지속되는 경우가 흔하지만, 요즘처럼 계절이 바뀌는 환절기면서 꽃가루가 날리고, 황사 및 미세먼지가 증가하는 봄철에 알레르기 비염 환자가 많다.

예방을 위해서 외출 시 마스크 착용, 귀가 후 얼굴과 손 등 노출 부위를 깨끗이 씻는 것이 중요하다. 매일 사용하는 이불, 베개, 카펫 등을 말끔히 털어 먼지, 집먼지 진드기 등을 최대한 제거해야 하며 공기청정기를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미세먼지가 많은 날에는 생리식염수로 코 안을 세척하는 것도 좋은 예방법이다. 약물치료는 주로 먹는 약과 코에 뿌리는 스프레이를 사용하는데, 이는 증상만 조절할 뿐 완치를 위한 방법은 아니다.

완치를 위해서는 설하면역치료라는 매일 혀 밑으로 약을 떨어뜨려주는 면역치료를 시행하고 있으며, 이는 60~70%의 완치율을 보인다.

안수연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이비인후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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