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국제조선경기는 점점 좋아지고 있다. 현대중공업도 신조발주 문의가 늘고 있고 선가도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며 긍정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 문제는 당장의 ‘보릿고개’를 어떻게 헤쳐나가느냐다. 특히 협력업체들의 어려움은 심각한 수준이다. 현대중공업 본사가 있는 울산동구지역은 인구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소비위축이 장기화하면서 지역경제도 무너지고 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정부가 조선산업 발전전략으로 내놓은 ‘5조5000억원 규모의 공공선박 발주’도 현대중공업에겐 ‘그림의 떡’이다. 현대중공업이 지난 2013년 한국수력원자력 부장에게 뇌물을 주고 아랍에미리트 수출용 원자력 발전의 부품납품을 청탁한 혐의로 부정당업자로 등록돼 현행법상 지난해 12월부터 2019년 11월까지 공공발주사업에 참여할 수 없게 된 때문이다. 보릿고개를 넘기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정부미’ 지원 혜택까지 ‘강건너 불구경’이 된 것이다.
부당거래에 대한 엄중한 법집행을 문제 삼는 건 아니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 있는 협력업체와 지역경제를 고려하더라도 입찰 제한을 유예해주는 등의 조치가 절실하다. 울산지역 내 협력업체와 유관기관들은 지난 2일 긴급회의를 열고 “조선경기가 살아날 때까지 만이라도 현대중공업의 공공선박 입찰제한을 유예해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일감이 없습니다. 조선산업 발전전략에 현대중공업도 포함시켜주십시오’라고 올렸다. 오죽 답답하면 이럴까.
현대중공업이 정부의 공공발주에서 제외된다면 5조5000억원의 공공발주 혜택은 대우조선해양에만 쏠린다. 정부가 2018~2019년 계획하고 있는 공공발주는 군함, 순찰선, 방제정, 밀수감시정 등 특수선이다. 그런데 STX조선해양은 지난해 말 특수선사업팀을 폐지했다. 한진중공업과 강남조선은 중소형선박에 집중하고 있다. 결국 군함 등 특수선사업 수주 자격이 있는 조선사 가운데 대우조선해양만 남는 셈이다. 경쟁 없는 수주로 인해 가격인상과 품질저하 가능성이 있다는 전문가의 분석도 있다.
더구나 문제가 된 현대중공업의 원전사업 부문은 지난해 4월 분사한 현대일렉트릭으로 넘어갔다. 부정당업자의 지위가 현대중공업에 있는 건지 현대일렉트릭에 있는건지도 불분명하다는 말이다. 현대중공업은 무에서 유를 창조한 대한민국 조선산업 역사이다. 우리나라 조선·해양산업의 미래를 위한 특단의 배려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