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언론의 사명(使命)을 논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말이 ‘정론직필(正論直筆)’이다. ‘바른 주장을 펴고 사실을 그대로 전한다’로 풀이된다. 오늘 본보는 창간 29주년을 맞았다. 1989년 5월15일 울산의 첫 종합일간지로 창간한 이후 지령 8395호를 내기까지 한번도 울산 최고의 신문이라는 자리를 내준 적이 없지만 독자가, 시민이 진심으로 자긍심으로 삼을 수 있는 언론으로 성장했는지 원론적 관점에서 되돌아보게 된다.

지난 29년, 우리는 울산의 역사와 함께 했다. 지역의 여론을 모으고 전달하는 기능에서 게으름을 부린 적은 없다. 울산 발전의 커다란 기폭제가 된 광역시 승격을 위해 국회와 청와대에 들어가는 울산 유일의 언론으로서 시민들의 염원을 정부에 전달하는 구심체가 됐다. 오늘날 생태도시 울산의 상징이 된 십리대숲을 보존한 것도 본보의 역할에 기인한 바 크다. 1994년 홍수 대비책으로 대숲 제거를 시도하려 할 때 본보가 앞장서 지면을 통해 ‘대숲살리기 운동’을 전개해 시민적 공감대를 불러 일으키면서 1년여만에 대숲 존치 결정을 얻어냈다. 국립대학 UNIST 설립도 본보가 노무현 대통령 시절 청와대에서 열린 지역언론사 간담회에서 얻어낸 것이다.

이렇듯 울산의 발전과 함께 해온 본보는 몇년 전부터 불어닥친 울산경제의 어려움을 시민들과 함께 겪으면서 대책마련에도 고심이다. 수년간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사는 도시였던 울산이 어느새 각종 통계에서 뒷걸음질을 하고 있다. 수출은 2011년 1000억달러를 달성한 이후 지속 감소해 9년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1인당 개인소득 1위 자리도 10년만인 2016년 서울에 내줬다. 실질경제성장률도 0.9%로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14위로 추락했다. 사시(社是)로 내건 ‘지역 발전의 기수’로서 이같은 어려움을 미리 예상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선도역할을 다하지 못했음을 반성한다. 4차산업혁명시대를 맞으면서 무엇보다 절실해진 대기업 연구소들이 다른 도시로 옮겨가는 것을 막지 못한 것도 후회로 남는다. 물론 언론의 기능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바른 보도를 하고 사실을 전달함에 있어 소홀함이 없었다고 할 수 없음에 아쉬움이 크다.

예전과 같은 고도성장은 불가능에 가깝다. 자타가 공인하는 선진도시의 문턱에서 좌절하지 않으려면 안정성장을 위한 새로운 방향 정립이 절실하다. 이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리더십이다. 아르헨티나 멕시코 등이 선진국 문턱에서 주저앉았던 것은 취약한 리더십이 중요한 원인의 하나였다. 마침 6·13 지방선거가 한달이 채 남지 않았다. 세계적인 석학 기소르망 교수는 지난달 서울에서 가진 강연회에서 “한국식 경제모델이 더는 통용되지 않고 있다”면서 “정치·사회·경제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 재설정이 없다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했다. 울산의 현실이기도 하다. 또한 이번 선거가 그 어느 선거보다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현실을 직시하고 미래에 대비하는 리더십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정론직필이라는 언론의 사명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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