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실장, 접대골프 날짜에 본인 카드결제 내역 공개

울산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 특정 레미콘업체 물량 납품 재개 외압 수사와 관련한 울산 경찰의 수사가 부실 논란에 휩싸였다. 경찰이 박기성 울산시장 비서실장에게 ‘접대성 골프를 제공받았다’며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한데 대해 박 실장이 경찰이 지목하고 있는 날짜에 자신의 카드로 결제된 골프 비용 내역을 공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경찰은 수사 과정 당시에는 혐의사실 입증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으므로 수사 오류나 부실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15일 박 실장은 “경찰이 제 카드로 결제한 비용까지 뇌물이라고 단정했다”며 자신의 카드 결제 내역을 공개했다. 내역에 따르면 박 실장은 지난해 6월24일 울산컨트리클럽(울산CC)에서 18만9000원을 자신의 카드로 결제했다.

앞서 경찰은 지역 한 레미콘업체 대표 A씨의 청탁을 받은 박 실장이 건축 인허가 업무를 보는 담당국장 B씨를 통해 건설현장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으로 박 실장 등 3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본보 5월15일 7면 보도)한 바 있다. 특히 경찰은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박 실장이 A씨로부터 세차례(지난해 6월과 7월, 11월) 골프 접대(B국장은 두차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했는데, 이중 박 실장이 지난해 6월 골프 라운딩과 관련해 증거를 들어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박 실장은 나머지 골프와 관련해서도 “7월 골프의 경우 돌아오는 길에 A씨에게 현금으로 비용을 돌려줬고, 나머지 한차례(11월) 골프는 친 사실조차 기억이 나질 않는다. 이는 경찰 조사에서도 밝혔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경찰은 박 실장의 카드 결제 내역을 확인하거나, 골프장 전산기록 등을 살펴보지는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A대표의 구체적이고 명확한 진술, A대표가 계산한 것으로 확인되는 카드결제 내역, 골프와 관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박 실장의 진술 등을 근거로 혐의사실 입증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형사소송법상 압수수색 등 강제처분은 필요한 최소한도의 범위에서만 이뤄져야하는데다 지난해 6월 라운딩과 관련한 자료제출을 골프장에 요구했지만 내부사정 등 이유로 제출받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경찰은 “그동안 충분히 해명할 기회에도 본인에게 유리한 증거를 제출하지 않다가 송치 직후 공개했다는 점에서 정당한 방어권 행사로 보기 힘들고 수사의 본질을 흐리려는 의도가 의심된다”며 “지금이라도 관련 내용을 수사기관에 제출해 진위여부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다.

박 실장이 주장하는 지난해 6월 골프 비용 결제가 사실로 확인되더라도 여전히 남은 두 차례의 골프 비용과 관련한 의혹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인 최측근에 대해 전격적으로 진행되는 경찰의 수사가 송치 직후 기본적인 사실관계 확인 문제로 논란에 휩싸이면서 경찰 수사력과 수사 정당성에 대한 항간의 의구심은 더욱 높아진 상태다.

김준호기자 kjh@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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