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는 우리 생활뿐만 아니라 신체에도 큰 영향을 주는데, ‘기상병’이 그렇다. 비가 오기 전 습도가 높아지면 일기예보만큼이나 효력을 지니는 노인들의 ‘관절예보.’ 실제 저기압이 발생하면 탄력 좋은 내복을 입고 있다가 벗은 것처럼 관절을 감싸고 있는 부위가 느슨해져 관절염 환자는 통증을 호소하게 된다.

높은 습도는 몸의 수분증발도 잘 이뤄지지 않게 해 부종환자 역시 많아진다. 또한 몸속의 아세틸콜린이란 물질이 분비되면 불안증이 증가해 우울증 환자가 늘어나는데, 때문에 행동이 축 늘어지고 또렷하지 못해 차량사고도 증가한다고 한다.

또한 우리는 대개 기분 표현을 할 때 이런 표현을 참 잘한다. ‘나 저기압이니깐, 건드리지마!’ 기분이 좋지 않다는 말이다. 하늘 상태로 비유하자면, 비가 내리거나 흐린 저기압의 영향을 받는 날일 것이다. 화 나게 만드는 상황이 내 기분을 저기압으로 만들 수도 있지만, 날씨상의 저기압 때문에 기분이 가라앉을 수도 있다.

의학계에서는 흐리거나 비오는 날은 공기 중에 양이온이 증가하기 때문에 사람들의 감정이 가라앉기 쉽다고 설명한다.

보통 공기에는 양이온과 음이온이 5대4의 비율로 분포되어 있다. 음이온의 일부는 산소로 되어 있어 인체에 유익한 반면, 양이온은 일부가 인체에 유해한 탄산가스로 되어 있다. 양이온은 소나기가 오기 전 후텁지근한 한랭전선이 형성되거나 구름이 많이 끼는 날에 증가한다. 이럴 때 천신이나 신경통, 뇌졸중 발생률이 높다.

양이온에서 방출되는 ‘세로토닌’은 사람을 짜증나게 하거나, 심장발작과 편두통, 류머티즘을 유발한다고 알려졌다. 또한 흐리거나 비오는 날은 일조량이 감소해 우울증을 유발시킨다.

하늘에 구름이 잔득 낀 오늘, 또 비소식이 잦은 한주이다. 저기압에 기분을 장악당할 것인가, 날씨를 장악할 것인가? 신체나 정신상태가 날씨로 인해 흐트러지지 않도록 주의하는 한편 내 감정뿐 아니라 상대방의 감정까지 두루 살피는 배려가 필요한 날씨다. 날씨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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