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시일반(十匙一飯)이란 말이 있다. 열사람이 한숟가락씩 밥을 보태면 한 사람이 먹을 만한 양식이 된다는 말이다. 여럿이 힘을 합치면 한사람을 도와주는 것은 쉽다는 뜻이지만 오늘날에는 소액기부를 통한 기부문화 확산의 정신으로도 통한다. 대기업 위주의 기업 기부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울산은 특히 많은 일반시민들이 참여하는 개인기부 확산이 필요한 도시다. 개인 기부의 확대는 따뜻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이 16일 울산CLX에서 ‘2018 SK이노베이션 1% 행복나눔기금 전달식’을 가졌다. 전달식에는 김준 이노베이션 총괄사장과 이정묵 노조위원장이 참여했지만 급여의 1%를 내놓은 직원은 SK에너지, SK종합화학, SK루브리컨츠, SK인천석유화학, SK트레이딩인터네셔널 등 5개사에서 5000여명에 이른다. 전 직원의 90%에 해당한다.

이들은 지난해 노사협상에서 ‘행복나눔기금’ 조성에 합의했다. 직원들이 기본급의 1%를 내놓으면 그 만큼 회사가 보태는 매칭그랜트로 ‘1% 기부금’을 조성해 협력업체 상생과 사회복지에 사용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따라 올해 처음으로 지난 2월 기금의 절반인 21억5000만원을 협력사 상생기금으로 전달한데 이어, 이날 그 절반인 21억5000만원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했다. 이 기부금은 난치병·소아암 치료, 저소득장애인세대 지원, 학대피해 아동 지원, 사회적 기업 일자리 창출, 글로벌 환경사업 등 12테마로 나눠 기부자들이 원하는 곳에 집행한다. ‘절 모르고 시주한다’는 막연함이 줄어들고 목적의식이 뚜렷해짐으로써 기부자의 보람을 키운 대목이다.

지난달 2일 재벌닷컴이 10대 그룹 계열 상장사의 2017회계년도 감사보고서를 분석해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기부금이 8361억원으로 전년 9644억원보다 13.3% 감소했다. 그 전 해에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이 대폭 늘어났던 것이 원인으로 분석되기는 하지만 의무감에서 떠밀려 하는 기업 기부는 이렇듯 경영상황과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기복이 심할 수밖에 없다. 금액이 큰 만큼 실질적으로 사회복지에 큰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진정성에 있어서는 개인기부에 비할 바가 아니다. 이날 전달식에서 김준 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1% 행복나눔기금은 회사의 발전이 사회발전에 직결되도록 하는 방안을 노와 사가 함께 고민을 거듭해온 결과”라면서 “성숙한 시민의식과 자발적 참여로 나눔 실천에 동참한 직원들에 감사한다”고 했다. 1% 기부를 약속하는 직원이 점점 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착한 마음의 아름다운 전염이다. 착한 마음이 오래도록 이어지고 아름다운 전염이 더 널리 확산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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