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병철 울산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전문의
이명이란 외부 소리 자극이 없는데도 귀 혹은 뇌에서 소리를 느끼는 현상을 말한다. 이명은 하나의 증상으로 성인 5명 중 1명이 경험할 만큼 흔하다. 스마트폰을 널리 사용하고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전자파와 소음 노출이 일상화되고, 바쁜 생활 속에 스트레스도 많아지며 이명 환자가 늘고 있다. 하지만 부정확한 정보들로 이명은 영원히 고칠 수 없다고 체념하는 경우도 많다.

이명의 80%는 난청과 관계가 있다. 이명을 방치하면 난청이 된다는 오해도 있지만 이는 원인과 결과가 뒤바뀐 표현이다. 평소에 이명은 있지만 잘 듣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검사를 해보면 경도 난청 혹은 일부 주파수에 난청이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명이 있을 때는 청력에 대한 정확한 검사를 해보아야 한다.

난청이 동반된 이명의 경우 보청기를 사용하면 소리도 잘 듣고 약 50% 정도에서는 이명도 호전된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한가지 문제가 있다. 보청기에 대한 인식이다. 본인이 젊다고 생각하면 “아직 그럴 때가 아니라”, 나이가 많다고 생각하면 “이제 와서 뭘”이라는 이유로 보청기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 안경과 달리 보청기는 노화, 장애 등과 연관된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해 거부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 난청을 방치할 경우 사회생활도 위축되고 치매가 더 빨리 온다고 알려져 있다. 보청기의 도움을 받는 것은 전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정상 청력인 경우에 이명을 호소하기도 한다. 조용할 때에도 청신경과 청각중추는 자발적인 신경활동을 하고 있으며 주변이 조용해지면 이 신호를 소리로 인식하게 된다. 평생 이런 작은 신호를 듣고 살아왔기 때문에 이미 습관화가 되어 불편하지 않았지만, 스트레스나 소음 등 어떤 계기로 한번 이명으로 인식하면 소리를 느껴 괴롭게 된다. 이 괴로움은 교감신경을 긴장시키고 불안과 흥분을 주어 스트레스가 되고, 다시 부정적인 감정과 연관되어 이명을 더 증폭시킨다.

이런 악순환을 끊어주는 상담과 습관화 치료로 지긋지긋한 이명에서 벗어날 수가 있다. 신경 쓰이지 않는 소리로 이명을 덮어버리는 것도 도움이 된다. 약물치료로 이명을 경감시키거나 내이의 혈액순환을 개선할 수 있다. 또 이미 이명과 연결된 우울이나 불안 및 수면장애를 해결해주는 약을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보다 우선해야 할 것이 있다. 정확한 진단이다. 이명은 치료 시기를 놓치면 돌이킬 수 없는 돌발성 난청이나 어지럼을 동반하는 메니에르병, 청신경 종양 등을 키울 수 있다. 따라서 이비인후과 전문의와 상담하여 적절한 검진과 청력검사로 현재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명에 대한 오해와 두려움을 버리고 적절한 진단과 치료가 이뤄진다면 이명 없는 상쾌한 세상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강병철 울산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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