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는 국립산재모병원 설립 백지화를 곧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고용노동부와 울산시가 산재모병원 설립을 위해 고군분투해온 지난 5년이 허송세월이 될 위기다. 고용노동부로서는 운영상의 어려움이 예고돼 있는 것이나 다름없는 산재모병원이기에 쉽게 포기할 수 있을는지 모르겠으나 울산시로서는 여간 아쉬운 일이 아니다. 산재모병원에 대한 울산시민의 기대는 단순히 산업재해 피해자를 위한 치료기관에 그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서울·부산 등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쳐진 의료수준을 끌어올리고 4차산업시대를 이끌어갈 바이오메디컬산업의 전진기지로서의 국립병원 설립이 울산시민들의 숙원이었고, 다른 도시와의 형평성이나 예산 확보 등의 난관을 돌파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 산재모병원이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정부와 울산시의 전략은 실패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혁신형 공공병원’ 설립이 대안으로 마련돼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걱정이다. 정부가 아직 혁신형 공공병원 설립에 대한 어떠한 계획도 내놓은 바가 없기 때문이다.

아마도 기획재정부는 산재모병원과 관련해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타당성이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는 발표만 할 것으로 예상된다. ‘혁신형 공공병원’ 설립에 대한 계획은 기재부가 가타부타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산재모병원 설립에 주력했던 고용노동부가 언급할 사안도 아니다. 이젠 울산 국립병원 설립에 전혀 간여하지 않았던 보건복지부가 나서야 할 차례다.

보건복지부가 언제쯤 청사진을 내놓을 지는 알 수가 없다. ‘혁신형’이라는 접두어가 붙어 있으니 다른 시도에 있는 국립의료원과는 다른 형태가 돼야 한다는 점에서보면 정체성을 확보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기재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는 것이나 국회에서 예산을 확보하는 것 등 쉬운 일이 하나도 없다. 하지만 그 책임은 오롯이 정부가 져야 한다. 산재모병원의 백지화는 순전히 혁신형 국립병원 설립이라는 문 대통령의 울산지역 공약사업 때문이라는 것이 울산시민들의 생각이기 때문이다.

울산시가 원하는 국립병원은 연구기능(R&D)을 갖춘 500병상 규모다. 예상 사업비는 2500억원 가량이다. 울산시는 산재모병원의 백지화에 대비해 2019년도 정부예산안에 반영될 수 있도록 혁신형 공공병원 사업비 439억원을 보건복지부에 신청해놓았다. 정부는 지난 5년간 울산시민들의 시간과 노력을 감안, 내년 예산 확보를 시작으로 착공까지의 계획을 우선 밝혀야 한다. ‘특별법 제정’ 등 가능성을 높이는 방안도 찾아서 울산시민들에게 이해를 구해야 할 것이다. 지난 1년간 문 대통령의 울산 공약 사업은 하나도 진행되지 않았다. 국립병원이 첫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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