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서 산업단지 조성공사 옹벽 설치 작업을 하다 무너진 토사에 매몰된 근로자 3명이 하청업체 소속 직원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위험한 작업을 하청업체로 미루는 ‘위험의 외주화’ 관행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위험한 작업을 하청업체에 맡긴 채 관리·감독을 소홀히 하는 원청업체의 책임을 강화하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27일 오전 10시50분께 울산시 울주군 상북면 길천일반산업단지 조성공사 옹벽 설치 작업현장에서 토사가 무너져 근로자 3명이 매몰됐다. 이 사고로 김모(54)씨가 숨졌다. 흙더미에 깔렸다가 구조돼 병원으로 이송된 이모(66)씨와 송모(62)씨는 다행히 경상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사고는 너비 4m, 높이 2m 규모의 옹벽 마지막 단을 조성하는 작업 중 발생했다. 흙을 다져 옹벽을 조성하는 압성토 공법으로 작업하는 과정에서 갑자기 상부 흙더미가 무너져 아래에 있던 근로자 3명을 덮쳤다는 것이다.

이들은 울산시 발주로 시공을 맡은 태성건설의 하청업체 근로자로 나타났다. 경찰은 원청업체인 태성건설과 사상자가 소속된 하청업체 관계자들을 불러 작업 절차와 안전관리 소홀여부를 조사할 예정이다.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위험의 외주화’에 대해서도 정확한 조사가 있었으면 한다. 노동계는 원청에서 위험도가 높은 작업을 하청으로 이관하면서 노동자들의 위험도를 높이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청업체가 독자적인 설비, 기술력 등을 바탕으로 위험한 업무를 다루는데 전문성이 있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작업에 대한 안내나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작업 중 안전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산업재해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현실은 그와 반대로 가고 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산재사망대책마련 공동캠페인단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조선·건설업종의 8개 기업 산업재해 사망자 수는 37명으로, 이들 모두 하청업체 소속이거나 소위 ‘물량팀’ 근로자였다. 전년도 ‘최악의 살인기업’에 선정된 5개 기업에서 사망한 노동자 38명 중 89%(34명)가 하청노동자였던 사실에 비해 ‘위험의 외주화’ 수준이 심화된 것이다. 노동계에서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을 요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중대재해 발생 때 원청의 경영진도 처벌하고, 징벌적 차원에서 손해배상도 물리자는 것이다. 이는 영국과 캐나다, 호주 등이 시행하고 있다.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한 우리 사회의 의지를 보여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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