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는 정말 풀리지 않는 민원이 있다. 악취민원이다. 걸레썩는 냄새에서부터 곰팡이 쉰내, 시큼한 냄새 등 종류도 다양하다. 기온이 올라가는 시기면 더 심하다. 수십년째 끝없이 반복되지만 지금껏 정확한 원인과 출처조차 밝히지 못하고 있다. 악취와의 전쟁을 선언한 울산시가 공단지역 악취공해 관리를 위해 종합상황실을 운영, 무인포집기 등을 활용해 추적조사에 나서도 결과는 늘 신통찮다. ‘안 밝히는 것인지, 못 밝히는 것인지….’ 울산시의 환경행정능력에 대한 의심까지 생겨나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원인을 알 수 없는 악취가 울산 전역에 퍼지고 있다. 고통을 호소하는 시민들의 신고가 잇따르지만 배출원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시와 구·군이 단속반을 편성해 현장확인에 나섰다는 사실만으로 위안을 삼아야 하는 현실이 그저 안타까울뿐이다.

29일 울산시와 각 구·군에 따르면 지난 12일께부터 악취 신고가 접수되기 시작했다. 20일을 전후로 주춤하던 악취는 최근 다시 기승을 부려 민원도 다시 증가하고 있다. 울산 전역이 대상이다. 남구 신정동과 삼산동, 달동, 야음동, 무거동, 울주군 청량읍과 범서읍에서 민원이 다수 접수됐다. 중구와 북구, 동구에서도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민원을 접수한 울산시와 구·군이 현장 점검에 나섰지만 특별한 위반 사항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한다. 석유화학공단을 대상으로 합동 단속에 나서고, 의심 사업장을 중심으로 시료를 채취해 울산보건환경연구원에 검사를 의뢰해봐도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냄새가 섞여 배출물체와 업체를 특정하기 어려운데다 딱히 기준을 넘는 업체가 없어 단정 짓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관계자의 볼멘 소리만 되풀이 될 뿐이다.

지난해 637건의 악취신고가 접수된 울산이다. 올해 1분기에는 남구 35건, 북구 14건, 울주군 13건, 중구 3건 등 총 65건의 민원이 발생했다. 올 여름이 지나고 나면 그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있을 것이다. 선거기간 행정공백을 틈탄 고의 배출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울산지역 악취 발생사업장은 총 430여개다. 물론 시와 구·군은 오는 10월까지 종합상황실을 설치·운영해 악취 민원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 악취모니터링시스템 9개소와 무인포집기 24개를 설치해 악취 배출원을 추적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오랜 세월 울산시를 비롯한 구·군이 저마다 방지대책을 마련, 악취공해 근절을 공언해 왔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역겨운 냄새로 시민들의 현기증을 유발하는 상황에서 큰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악취공해에 대응하는 지역적 역량진단부터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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