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독일인 일상 속 최고의 교통수단 ‘공공자전거’

▲ 독일 쾰른 중앙역의 라트슈타치온에서 시민들의 자전거 및 공공자전거가 보관 및 관리되고 있다.

도심 주요 교통수단, 車 아닌 자전거
저렴한 가격에 대여·주차·반납 용이
독일 인구 80%이상이 자전거 소유
유류절감효과 年 1조9천억원 규모
최대 자전거 주차시설 라트슈타치온
공공자전거 전담 수리기관이기도

독일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자동차의 나라’다. 메르세데스 벤츠, BMW, 아우디, 폭스바겐 등 유명 완성차 브랜드와 자동차 전용 고속도로인 ‘라이히스 아우토반’(Reichs Autobahn)은 독일하면 자동차를 떠올리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실제로 독일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일상 속 최고의 교통수단은 자전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교통체증에 환경오염까지 발생하는 가운데 교통인프라 확충에는 오랜 기간과 비용이 드는 상황에서 자전거가 공공형 교통수단, 개인 대중교통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개인의 건강을 위해 타던 자전거가 공유경제의 바람을 타고 공공자전거로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쾰른 도심 최고의 교통수단 ‘자전거’

지난 4월11일 찾은 독일 쾰른.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의 도시로 베를린과 함부르크, 뮌헨에 이어 독일에서 네번째로 큰 도시이자 쾰른 대성당 등 역사가 깊은 유적지로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이 도시의 주요 교통수단은 자동차가 아닌 자전거인 듯했다.

쾰른 시민이나 관광객들의 도로 위 일상은 자전거다. 큰 도로든 작은 도로든 어김없이 자전거가 눈에 띄었다. 갓 학교를 입학한 듯한 아이들부터 매끈한 정장을 입은 남성, 운동중인 여대생, 백발의 노인을 가리지 않고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독일철도는 물론 지하철을 타는데도 자전거 탑승을 허용하고 있어 자전거와 함께 서서 갈 수 있는 공간도 따로 마련돼 있다.

본보 취재진도 자전거를 빌려보기로 했다. 쾰른 중앙역 주변에는 자전거를 빌릴 수 있는 곳이 많았는데, 관광객도 빌릴 수 있는 업체를 찾아갔다.

요금은 3시간 기준 1인당 6유로. 저렴한 가격에 신분을 증명할 여권과 전화번호를 입력하니 쉽게 자전거를 빌릴 수 있었다.

자전거에 몸을 싣자 독일이 얼마나 자전거 이용자들에게 편리한 곳인지 피부로 와닿았다. 하나의 교통수단으로 제대로 인정받는다는 느낌이었다.

차량이 다니는 도로와 사람이 다니는 인도 사이 자전거 전용도로가 구축돼 차량과 보행자와 뒤섞일 일이 없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자전거도 차량과 같은 방향으로만 주행토록 하는 것이다. 만약 이를 어기고 반대 방향으로 자전거를 주행하게 된다면 ‘도로역주행’으로 벌금을 물게 된다고 한다.

▲ 자동차의 나라 독일에서는 자전거가 공공형 교통수단 및 개인 대중교통의 대안으로 활용되고 있다. 독일 쾰른 대성당과 호엔촐레른 철교를 배경으로 자전거를 탄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지나고 있다.

◇울산도 친자전거 정책 고려해야

공공자전거는 누구나 쉽게 24시간, 어느 곳에서든 최대한 편리하게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말한다. 환경과 교통 문제를 해결하고자 도입돼 현재는 도심 교통의 중요한 축이자, 개인 대중교통으로 떠오르고 있다.

독일의 경우 인구의 80% 이상이 자전거를 소유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일부 독일 도시의 자전거 교통 분담률은 25%가 훌쩍 넘는데, 10%만 되어도 자동차 운행 감소로 인한 유류절약 효과가 연간 1조9000억원 정도라고 하니 자전거 이용에 대한 효과는 상당하다.

독일은 친환경 교통수단의 비중을 강화하고자 연방정부뿐만 아니라 각 도시, 지자체 별로 독자적인 자전거 정책과 인프라를 구축하고 운영중이다. 그 중에서도 독일 최대 자전거 주차시설인 라트슈타치온(Radstation)은 독일의 특징적인 자전거 인프라 중 하나다. 철도 인프라가 잘 갖춰진 독일의 경우 기차 이용이 잦다보니 보통 기차역마다 자전거 주차장이 마련돼 있다.

라트슈타치온은 단순히 자전거를 맡아 보관하는 것뿐만 아니라, 독일 철도공사가 관광활성화를 위해 시작한 대표적 공공자전거 ‘Call-a-Bike’의 전담 수리기관이기도 하다. 일반 시민들의 개인 자전거 수리도 가능하다. 또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자전거 렌탈도 제공하고 있는데, 사실상 공공자전거 종합센터라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서울시 등 일부 지자체가 공공자전거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울산에도 지자체가 직접 자전거 임대 등의 사업을 하고 있지만 사실상 독일과 서울시 같은 공공자전거의 개념까지는 아니다.

울산은 대중교통이 열악한데다 자전거 이용률은 전국 최고 수준이다. 대여와 반납이 자유롭게 이뤄질 수 있고, 주요 거점 장소에 보관 및 수리, 대여가 가능한 종합센터 등을 갖춘다면 공공형 교통수단으로서의 역할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다.

독일 쾰른=글=김준호기자 사진=김동수기자

▲ 쾰른 중앙역 라트슈타치온 매니저 슈미츠씨

[인터뷰]쾰른 중앙역 라트슈타치온 매니저 슈미츠씨
“자전거, 건강·환경·교통문제 해결”

“자전거는 건강과 환경, 교통문제를 해결 할 최고의 교통수단입니다.”

쾰른 중앙역에 위치한 라트슈타치온 매니저 슈미츠(사진)씨는 공공자전거에 대한 의미를 묻는 취재진에게 이처럼 정의했다.

라트슈타치온은 독일의 전국적인 시민자전거클럽인 ADFC 소속으로 민간기업이긴 하지만 운영비 70%를 지방정부 등으로부터 지원받으며, 실업자 등을 고용하고 사회복지사 등을 파견하는 등 사실상 사회적기업에 가깝다.

슈미츠씨에 따르면 이곳에서만 연간 1만대 가량의 자전거를 빌려주고 있고, 약 3000대 가량의 자전거를 수리하고 있다.

그는 “자전거와 관련한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이곳에 고용된 대부분이 지방정부 재취업 프로그램을 통해 일하는 등 사회적기업의 역할도 하고 있다”며 “또 쾰른 시민들이 기부하거나 버린 자전거를 고쳐 독일에 있는 난민에게 기부하는 등 사회봉사적인 역할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전거=대중교통’이라는 인식이 강한 독일에서 자전거가 사회통합·융화의 역할도 하고있다.

독일 쾰른 글=김준호기자 사진=김동수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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