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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수도 울산에 공유경제 입히자]상품성 떨어지는 ‘멀쩡한 음식들’ 버리지 말고 공유하자(4)음식에 대한 인식 전환 독일의 푸드쉐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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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6.07  22:2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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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품가치가 떨어진다며 버려질 운명에 놓인 ‘못난’ 야채 등 식료품 등을 판매하는 독일 쾰른 ‘Good Food’ 매장 모습.

음식 공유사이트 ‘푸드쉐어링’
음식물 쓰레기의 문제점 짚은 다큐
‘쓰레기를 맛보자’ 통해 공감대 확산
빈곤층 아닌 일반인의 음식물 공유
獨 전역서 회원 6만여명 자발적 참여

상품성 떨어지는 음식 나눔 ‘굿 푸드’
못생긴 과일이나 유통기한 임박한 빵
별도의 가격표 없어…마음대로 지불
음식 아끼고 쓰레기 줄이는 선순환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지구에서 생산되는 식량으로 약 120억명의 인구에게 식량 공급이 가능하다고 한다. 전 세계 인구가 약 76억명 가량이니 수치상으로는 충분한 양이다. 하지만 지난해 전세계 인구의 약 10분의 1인 8억명 가량이 굶주림에 허덕였다. 굶주림 때문에 죽어가는 사람은 하루에 10만명이나 된다고 한다. 선진국 중심으로 편향된 식량 생산·보급·유통 등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전 세계에서 생산된 음식물의 3분의 1이 그냥 쓰레기로 버려진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유럽에서 시작된 푸드쉐어링(Food Sharing)은 이같은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 많은 공유경제 사례 중에서도 캠페인(campaign·계몽 운동)의 성격이 가장 크다.



◇빈곤층 위한 단순 음식 나눔 아닌 개인 간 개인의 음식 공유

지난 4월 독일 쾰른의 한 한적한 주택가 속 한 건물. 각종 강의·문화프로그램 등이 열리는 우리나라로 치면 주민자치센터 격인 이곳 내부에는 뜬금없이 선반 하나가 설치돼 있었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시계의 분침이 정각을 향하자 하나 둘 인근 주민들이 시장바구니 같은 가방을 들고 모여들기 시작했다. 잠시 후 한 청년이 각종 야채와 빵 등이 담긴 박스를 들고 선반에 상품을 진열했고, 주민들은 자기가 원하는 만큼 상품을 챙겨 들고 떠났다.

독일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거대한 운동 ‘푸드쉐어링’의 한 모습이다. 이날 선반에 채워진 야채와 빵은 인근 슈퍼마켓 등이 외향상 상품 가치가 없어 버리려던 것들이다.

음식을 나눈다는 의미의 푸드쉐어링의 시작을 정확히 짚어내긴 힘들다. 다만 현재 유럽을 비롯해 아시아 일부 국가의 푸드쉐어링 운동의 일부는 독일인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저널리스트인 발렌틴 툰의 ‘거리의 냉장고’의 영향을 받았다.

거리의 냉장고는 남는 음식물을 개인끼리 나누기 위해 시작된 캠페인이다. 기존의 먹거리 나눔은 끼니를 해결하지 못하는 빈곤층을 위한 것이었다면 발렌틴 툰 감독이 시작한 푸드쉐어링은 시각이 달랐다.

   
▲ 음식공유 단체 ‘푸드쉐어링’의 자원봉사자가 거리의 냉장고(선반)를 채우기 위해 인근 슈퍼마켓 등에서 기부받은 야채 등을 분류하고 있다.

독일 전역에 냉장고나 선반을 놓고, 사람들은 혼자 다 먹기 어려운 재료들이나, 손대지 않은 파티용 음식들을 가져와 채우고 필요할 때 가져가는 방식이다. 다만 위생사고를 우려해 계란이나 생선, 고기 등의 날 것은 제외한다.

발렌틴 툰 감독이 지난 2010년 ‘쓰레기를 맛보자’(Taste the Waste)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로 음식물 쓰레기에 대한 문제점을 짚은 영화 이후 ‘음식물 쓰레기를 줄여야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됐고, ‘푸드쉐어링’이라는 음식 공유 사이트가 탄생하게 됐다. 현재 회원만 약 6만명에 달하는 음식공유의 대표적 단체로 거듭났다.

◇겉모습만 보고 상품 선택하는 잘못된 소비 의식 탈바꿈

거리의 냉장고로 시작한 ‘푸드쉐어링’ 운동은 유사하지만 다른 방식의 음식 공유경제로 확산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쾰른에 문을 연 ‘굿 푸드’(Good Food)다.

말 그대로 좋은 식료품이라는 이름의 이 가게가 주로 취급하는 상품은 ‘못생기고’ ‘이상하게 생긴’ ‘표준에 맞지 않는’ 야채와 과일들이다. 또 유통기한이 임박하거나 갓 지난 빵이나 과자도 판매 대상이다. 물론 선택은 소비자가 하지만 그에 따른 혹시 모를 사고에 대해서는 가게가 책임진다고 한다.

특이한 점은 상품에는 별도의 가격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곳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상품을 보고 스스로 판단해 가격을 지불한다.

이곳 매니저 마누엘은 “먹는데 전혀 문제가 없지만 슈퍼마켓 등에서 받아주지 않는, 선택받지 못한 식료품들을 농장에서 직접 걷어 온다”며 “고객들이 직접 매긴 가격으로 판매되는 수익금은 농장과 이곳 굿 푸드 운영을 위해 사용된다”고 말했다.

이곳 굿 푸드의 창립자도 발렌틴 툰 감독과 함께 푸드쉐어링 운동을 함께 했던 초창기 멤버다.

발렌틴 툰 감독은 “전통적인 음식 나눔이 굶주리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남는 음식을 준다는 차원이라면, 우리가 하고 있는 푸드쉐어링은 일반 사람이 음식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을 전환할 수 있도록 돕고, 또 중요성을 깨우치도록 하는 차원이다”며 “그 속에서 음식을 아끼고, 음식이 골고루 소비되며, 음식쓰레기가 줄어드는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영화감독이자 저널리스트인 발렌틴 툰 감독.

[인터뷰]발렌틴 툰 영화감독
수십만달러 가치 버려져
처리비용도 우리가 부담
음식공유, 年 1000t아껴


“시스템을 바꿀 수 있는 법 제정이 이뤄져야합니다.”

영화감독이자 저널리스트인 발렌틴 툰 감독은 완벽히 섭취할 수 있는 음식들이 다량으로 버려지고 있는 사실에 화가 나 ‘Taste the Waste’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대체 왜 수십만달러 가치의 음식이 아무렇지 않게 버려지는지 궁금했다”며 “문제는 상품성이 없다는 이유로 버려진 멀쩡한 음식들을 처리하는 비용을 결국 우리가 부담해야 하는 불편한 진실을 사람들은 잘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푸드쉐어링을 창립한 그는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을 교환하는 차원으로 음식공유의 시각을 전환시켰다.

현재 약 6만여명의 사람들이 푸드쉐어링 홈페이지를 통해 음식을 나누고 있다. 1000여곳의 식품매장과 협력해 아낀 음식 양은 몇년 전 한 해 1000t에 달했다.

발렌틴 툰 감독은 현재는 이와 관련한 법안을 만드는데 힘을 들이고 있다.

“가령 슈퍼마켓이나 식료품 공장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버리면 일정 기준을 두고 제재를 줄 수 있는 차원의 법안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과잉 생산과 낭비를 줄일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은 결국 시민 차원의 움직임을 넘어 경제적 모델 시스템을 바꿀 수 있는 법 제정이 필수입니다.”

<독일 쾰른>=글=김준호기자·사진=김동수 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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