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전의 날이다. 후보들로서는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하루다. 유권자는 소중한 한표로 권리와 책임을 다해야 하는 순간이다. 자유한국당 깃발만으로도 당선이 보장되던 울산에서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후보들을 앞서는 것으로 나오면서 그 어느해보다 치열한 선거전을 치렀다. 결과 예측도 쉽지 않다. 각 정당별로 자체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가 간간이 들리기는 하지만 아전인수격인지라 신뢰할만한 자료는 아니다. 앞서 공표됐던 여론조사도 조사방법이나 표본이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결과를 짐작하는 자료로서는 충분하다하기 어렵다. 여론조사가 공포되지 못하는 기간 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도 알기 어렵다. ‘투표함을 열어봐야 안다’는 말이 이번 선거처럼 들어맞은 적도 없었던 것 같다.

섣부른 감이 없진 않지만 선거 이후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치열한 선거는 후유증도 심각하기 마련이다. 여야의 건강한 견제는 지역 정치 발전의 밑거름이지만 자칫 두갈래로 나누어진 민심을 하나로 묶어내지 못한다면 지역발전의 동력을 상실하게 된다. 민심이 한쪽으로 쏠려 있던 시절과는 분명 다른 정치가 필요하다는 사실이 이번 선거를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어느 쪽이 당선되든 포용과 협치(協治)가 절실하다.

특히 울산시장의 경우 협치를 고려해보아야 한다. 기득권인 자유한국당이 계속 집권을 하게 되더라도 달라진 민심을 적극 반영할 수 있도록 협치를 위한 형식적·제도적 장치를 강구해야 할 것이다. 지난 20여년과 같은 보수 세력의 일방통행식으로는 이번 선거를 통해 크게 성숙된 시민들의 진보적 가치관을 수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민주당이 첫 집권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자칫 모조리 바꾸어버리겠다는 정책은 곤란하다. 기득권의 폐해를 가려내지 않을 수는 없겠으나 정치적 변화와 인적 쇄신에 몰두하다보면 시민적 공감대를 얻기가 어려워질 것이다.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경제회복과 IMF 때보다 더 어렵다고 아우성인 민생을 살려내는 것이 더 우선이라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민심은 천심이라고 했다. 당락을 뛰어넘어 득표율을 세밀하게 분석해서 유권자의 선택을 엄중하게 받아들이는 노력도 필요하다. 당선이라는 결과에만 만족해서는 좋은 정치를 할 수 없다. ‘우리와 너희를 흑백의 구도로 나누고 싶은 유혹을 물리치고 나와 전혀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너그러움의 여백에서 민주주의는 꽃을 피울 수 있다’고 했다. 약하지만 옳은 목소리를 찾아내 시정에 반영하는 것이 결국 우리가 선거를 하는 목적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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