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만의 변화다. 더불어민주당의 송철호 후보가 자유한국당의 김기현 후보를 이기고 울산시장에 당선됐다. 송 당선인의 8전9기이자 민주당의 승리다. 국회의원 3선과 광역시장을 거친 김후보는 선출직에 나선 이후 첫 패배를 경험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인기와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의 여파가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저변에 ‘울산의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는 울산시민들의 강한 바람이 깔려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울산은 광역시 승격 후 첫 지방선거(1998년 제2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당선을 시작으로 새누리당­자유한국당으로 2014년 제6회 지방선거까지 변함없이 보수 정당이 광역단체장을 이어갔다. 대기업의 수출 호조에 힘입어 우리니라 최고의 ‘부자도시’라는 경제발전의 열매를 자유한국당이 고스란히 가져갔던 것이다. 상대적으로 정치적 역량을 키우기 어려웠던 울산의 민주당(열린우리당)은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으로 정권이 교체된 시절에도 인물난 등의 이유로 번번이 무너졌다.

이번엔 달랐다. 울산경제가 휘청거리는데다 전례없이 대통령 임기 1년만에 지방선거가 치러지면서 그 어떤 요인도 민주당의 거센 바람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자유한국당은 스스로 실패를 자초했다. 울산의 자유한국당도 민심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변화의 바람을 읽지 못하고, 그 결과 아무것도 하지 않은채 허송세월했다는 평가를 들은지 오래다.

이제 울산은 새로운 역사를 성실하게 써나가야 한다. 성취감을 즐기고 있을 여유가 없다. 변화를 향한 걸음을 재촉해야 한다. 송철호 당선인는 인터뷰에서 “무엇보다 경제위기 극복에 앞장서 울산을 떠난 사람들을 다시 불러들이겠다”고 했다. 경제회복을 최우선에 둔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조선과 자동차, 석유화학 등 울산의 기존 3대 주력산업의 경쟁력을 배가시켜 나가는 동시에 4차 산업육성과 북방경제교류에도 선두주자가 되겠다”는 전략은 되짚어보아야 한다. 수년전부터 수많은 정치인들에게서 수없이 들어왔던 말의 되풀이에 다름아니기 때문이다. 남북관계 개선에 따라 북방경제교류가 덧붙긴 했으나 언제 가시화할지 모를 일에 기대를 걸고 있을 만큼 한가한 시점도 아니다.

경제가 기업에서만 만들어지던 시대는 지났다. 도시도, 문화도, 자연환경도, 교육도, 인력도 모두 경제자원이라는 미래지향적 시각이 필요하다. 이처럼 폭을 넓힌 경제활성화는 삶의 질과 정주의식 향상, 다양한 일자리 창출로 절로 이어진다. ‘눈물을 흘리던 말뫼’가, ‘몰락의 길을 걸었던 디트로이트’가 어떻게 부활했는지를 다시 눈여겨 볼 일이다. 문제는 각 방면의 다채로운 자원을 끌어내는 역량이다. 송당선인의 개인적 역량이 아니라 곳곳에 널려 있는 인적자원을 얼마나 제대로 활용하느냐에 울산의 미래가 달렸다. 자칫 지난 20여년동안 적체된 주변 사람들의 논공행상(論功行賞)에 발목이 잡힐까 벌써부터 걱정이다. 울산경제구조를 총체적으로 진단해서 완전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그에 걸맞은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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