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자영업자들이 막다른 골목에 내몰리고 있다. 서비스업종을 중심으로 “더 이상 장사 못해 먹겠다”는 푸념이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과당경쟁에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수익율이 크게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청탁금지법에 이은 주52시간 근로 도입도 직장 회식을 줄일 수 있는 악재로 작용, 자영업자들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수년째 위축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지역경기는 더 큰 부담이다. 문을 닫자니 대책이 없고, 빚을 얻어 근근히 유지해 보지만 언제까지 견뎌낼 수 있을지 계산이 서지 않는다. “꿈으로 시작했던 자영업이 막다른 길이 될 줄은 몰랐다”며 하릴없이 문을 닫는 이도 부지기수다. 자영업의 몰락을 그대로 지켜봐도 좋은지 모를 일이다.

동남지방통계청에 따르면 4월말 현재 울산지역 자영업자수는 8만2000명으로 전년동월 대비 16.2%(1만6000명) 감소했다.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2만7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7.8%,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5만5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5.2% 감소했다. 울산지역 전체 근로자 가운데 자영업자 비중 또한 14.3%로 전년 동월(16.7%) 대비 2.4%나 격감했다. 자동차, 조선 등 지역 제조업 위축에 내수까지 동반침체되고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수입은 줄어든 반면 지출이 늘어나면서 운영비를 감당하지 못한 업소의 휴·폐업이 잇따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영업잉여 증가율이 1.0%로 집계, 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한국은행과 통계청의 자료에서도 나타난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영업잉여는 주로 영세 자영업자의 수익으로, 명칭에 포함된 비영리단체는 수익사업을 하지 않으므로 실질적으로 가계, 즉 영세 자영업자의 영업잉여(수익) 수치를 나타낸다.

문제는 이같은 자영업 위축에도 불구, 부동산임대업과 도소매·숙박·음식점 등의 자영업자의 대출이 불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말까지 시중은행의 개인 사업자 대출 잔액(비은행권 제외)은 300조2000억원으로 한달 전보다 2조1000억원 늘며 사상 최초로 300조원을 돌파한 상태다. 울산의 경우 3월말까지 지역 예금은행(시중은행·지방은행·특수은행)의 자영업자를 포함한 중소기업 대출잔액은 12조2147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3.4% 증가했다. 특히 농·수·축협과 새마을금고, 신협 등 비예금은행의 중기대출 잔액은 2조6275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29.1%나 급증했다. 빚으로 빚을 갚는 악순환의 시작은 아니었으면 한다. 자영업이 몰락하면 민생도 무너질 수 있기에 걱정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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