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의 참패다. 울산 보수의 몰락이다. 울산 유권자는 이번 6·13지방선거에서 광역·기초단체장은 물론 국회의원 재선거까지 몽땅 더불어민주당에 넘겼다. 교육감도 진보측이다.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 광역·기초단체장을 모두 자유한국당에 몰아주었던 울산 유권자들의 커다란 반란이다. ‘미워도 다시 한번’을 외치면서 20여년간 변함없는 성원을 보냈던, 바로 그들이 드디어 회초리를 든 것이다. 민주당의 승리라고 하기 전에 자유한국당의 참패, 울산 보수의 몰락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김기현 현 울산시장은 40.07%(24만475표) 득표했다. 송철호 당선자의 52.88%(31만7341표)에 12.81%P나 못 미치는 성적이다. 진보 성향이 강한 동·북구의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는 일찌감치 민주당의 승리가 결정됐다. 득표율에서도 동구 10.52%P(8946표), 북구 13.01%P(1만3319표)로 크게 차이났다. 반면 중·남·울주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막판까지 접전을 이루다가 3곳 모두 민주당의 승리로 귀결됐다. 민주당 후보와 자유한국당 후보의 표차이는 중구가 4782표(3.81%P), 남구 1365표(0.8%P), 울주군 4969표(4.44%P)로 근소했다.

광역·기초단체의 득표율을 보면 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의 인기에 기댄 ‘묻지마 투표’만 탓하기는 어렵다. 곰곰 따져보면 분명 후보에 대한 평가가 들어 있다. 남구와 북구는 공히 민중당 후보가 선전을 했음에도 결과의 차이는 컸다. 울주군은 현직 프리미엄이 없는 후보였음에도 상대적으로 선전했다. 당락의 이분법만 존재하는 세상에 2등 득표율이 무슨 대수랴마는 보수의 새출발을 위해 패인 분석은 필수다. 자유한국당의 20여년 오만이 자칫 승리감에 도취돼 있는 민주당에 그대로 옮겨지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도 야당의 건재가 절실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김 시장은 14일 “저의 도전은 실패했고, 보수정치도 철저히 실패했다”면서 “보수의 낡은 옷을 과감히 벗어버리고 혁신의 길로 가는데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는 내용의 자료를 냈다. 울산의 미래를 위해서도 분명 보수의 혁신이 필요하다.

새는 좌우의 양날개로 난다. 광역의회(비례포함)도 민주당이 17명, 한국당이 5명이다. 기초의회(비례포함)는 민주 27명, 한국 21명, 민중 1명, 무소속 1명이다. 행정부를 견제해야 하는 지방의회까지 한쪽으로 확 쏠렸다. 한국당의 거듭나기를 통한 건강한 견제가 절실한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고, 더욱 간절한 것은 민주당에 지지를 보냈던 유권자들의 역할이다. 유권자 모두 야당이 되어 민주당이 오만과 방만에 물들지 않도록 견제와 감시를 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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