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중한 시민장애인주간보호센터장

장거리 운전을 하면 졸음이 온다. 졸음이 올 때 자주 듣는 라디오 방송이 있다. ‘두시 탈출 컬투쇼’로 특히 사연진품명품의 베스트 사연을 모아놓은 팟캐스트는 즐겨 듣는다.

그중에서 여행과 관련된 사연이 기억에 남는다. 시골 주민들이 해외여행을 가면서 생긴 이야기이다. 주민들은 여행준비를 위해 미용실에서 파마했다. 외국공항에서 입국심사를 받는데 문제가 생겨서 여행가이드가 호출됐다. 문제는 같은 미용실에서 한 파마였다. 단체로 저렴하게 하려고 모두 같은 모양인 일명 ‘아줌마 파마’를 했기 때문이다. 외국인 심사관 눈에는 같은 머리 모양을 한 동양인 아주머니들이 단체 쌍둥이처럼 보였을 것이다. 다양함의 결핍을 보여주는듯한 이 사연의 제목은 ‘클론의 습격’이었다.

다양함이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이 있다. 지구생태계다. 다양한 생물이 모여서 환경을 정화하고 지구의 온도를 조절한다. 소수의 강한 생물만 살아남는다면 결코 지구의 환경을 유지하지 못한다.

UN 제3차 생물 다양성 전망보고서에 따르면 생물종 감소가 자연상태보다 1000배 이상 빨리 진행된다고 한다. 생물종의 감소는 도시의 팽창으로 서식지의 파괴와 고립, 오염이 주된 원인이다. 생태계는 모든 종이 상호의존적이기 때문에 균형이 깨어지면 전체 생존에 문제가 생긴다.

다양한 사람이 살아가는 사회에서도 강자와 약자가 생긴다. 강자의 모습과 역할만 닮아가려 한다면 생태계처럼 다양성이 줄어들 것이다. 처음에는 도시의 팽창처럼 빠르게 성장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다양성이 줄어든 사회는 얼마 지나지 않아 균형이 깨어지면서 서로 파괴하고 고립되어 생존의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다양한 사회가 되려면 느리더라도 함께 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울산에서 발달장애인으로 구성된 ‘차이’라는 공연단이 있다. 난타 공연이 멋진 팀이다. 발달장애인은 배움이 느리기 때문에 한 곡을 완성하는데 아주 오래 걸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공연팀의 신조는 ‘다름이 모여 예술의 꽃을 피우는 차이’이다. 장애, 비장애를 떠나 다양한 사람이 모여 예술을 만든다는 뜻이라고 생각된다.

‘위키드’라는 경연프로그램에서 제주 소년 오연준이 불러서 화제가 되었던 노래가 있다. 포카혼타스 OST ‘바람의 빛깔’이다. 가사 중에 이런 내용이 있다. “자기와 다른 모습 가졌다고 무시하려고 하지 말아요. 그대 마음의 문을 활짝 열면 온 세상이 아름답게 보여요” 피부색, 몸의 형태, 지적 수준에 관계없이 다름을 인정, 그 다양함이 자연스러운 사회가 되길 바란다.

김중한 시민장애인주간보호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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