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떠난 아이 산속에서…78세 동일본대지진 봉사자 30분만에 발견

일본에서 2살짜리 어린아이가 길을 잃었다가 68시간 만에 무사히 발견돼 화제가 되고 있다.

16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2살 남자아이인 후지모토 요시키(藤本理稀)는 전날 오전 6시 30분께 야마구치(山口)현 스오오시마초(周防大島町)의 야산 골짜기에서 발견됐다.

후지모토가 행방불명이 된 것은 사흘 전인 지난 12일 오전 10시 30분께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부모의 손을 잡고 할아버지 댁을 찾은 후지모토는 할아버지와 함께 바닷가로 나갔다.

바닷가를 100m가량 산책하던 후지모토는 집으로 가겠다며 혼자서 할아버지 집 쪽으로 향한 뒤 행방이 묘연해졌다.

이후 경찰과 소방대원 550여 명이 동원돼 인근에서 수색 작업을 이어갔지만 좀처럼 행방을 찾지 못했다.

후지모토를 발견한 사람은 인근 오이타(大分)현에서 이 소식을 듣고 달려온 자원봉사자 오바타 하루오(78)씨였다.

그는 마을 인근 산에서 후지모토를 찾았다. 발견 당시 후지모토는 나무에 덮여 밖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골짜기의 바위 위에 앉아 있었다.

오바타씨는 “아이 이름을 부르며 산을 다녔다. 약 30분 뒤 ’아저씨, 저 여기 있어요‘라는 소리가 들렸다”며 “진흙이 묻은 긴 소매 셔츠를 입고 있었고, 골짜기 한가운데 있는 돌에 맨발로 앉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탕을 줬더니 입에 넣고 씹었다. 고귀한 생명이 살아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아이는 몸에 긁힌 자국이나 진드기에 물린 자국이 있었지만, 눈에 띄는 상처는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를 진찰한 의사는 “탈수 증세는 있었지만, 상태는 대체로 양호했다”며 “건강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오바타씨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피해지 등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산악지역에서 조난자가 발생하면 달려가 수색에 나서는 등 재해 지역에서 자원봉사 경험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도 그는 그동안의 실종자 수색 등의 경험을 살려 2살짜리 아이가 이동할만한 경로를 역추적해 작업 개시 30여 분 만에 성공했다.

야마구치현 야나이(柳井)경찰서는 “헌신적인 노력에 감사드린다”며 오바타씨에게 감사장을 전달했고, 오바타씨는 “수색 시작 30~40분 만에 발견할 줄은 몰랐다”고 답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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