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붐비며 모처럼 활기
지갑 얇아진 울산시민들
예년의 절반 수준만 소비

▲ 민족최대의 명절인 추석을 앞두고 20일 오일장이 열린 울산시 중구 태화시장에는 제수용품을 구입하려는 사람들로 하루종일 붐볐다. 김동수기자

“명절분위기는 나는데 장사는 예년만 못 하네요.”

민족의 최대명절인 추석이 다가왔지만 울산의 장기적인 경기침체에 지역 전통시장들의 대목 분위기가 어느해보다 싸늘하다. 중공업 불황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동구지역에서는 추석 분위기가 실종되면서 상인들의 시름만 깊어지고 있다.

20일 추석을 앞두고 찾은 울산 최대규모의 5일장이 열린 중구 태화종합시장. 시장 입구에서부터 손수레부터 양손 가득 장바구니를 든 주부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었다. 오전부터 오락가락 내리는 비에도 불구하고 추석 장을 보러 나온 손님들로 붐비며 모처럼 활기가 넘쳤다. 하지만 상인들의 표정이 마냥 밝아보이진 않았다.

약과를 파는 조인화씨는 “오늘 아침부터 내린 비로 손님도 평소보다 적고 경기가 안 좋다보니 올해는 정말 힘든 상황이다”며 “보통 추석 장보러 나온 분들이 약과를 1만원 이상은 사가는데 올해는 5000원 어치를 사가는 손님들이 대부분으로 매출이 절반 가량 떨어졌다”고 말했다.

태화떡집 엄무숙 사장은 “태화시장에서 23년간 떡집을 운영하고 있는데 올해처럼 경기가 안 좋은 적이 없었던 것 같다”며 “올해는 떡을 집적 맞추는 손님들이 절반 이상 줄어들고 1~2팩 정도만 사가시는 분들이 많다. 울산이 IMF 때도 이렇게 안 좋진 않았는데 이것저것 빼고 나면 겨우 가게를 유지할 정도”라고 푸념했다.

상인들 뿐만 아니라 장을 보러 나온 시민들의 주머니 사정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주부 정순자(72·중구 태화동)씨는 “며느리가 매년 제사상을 차리기 위해 30만원 정도 지출하는데, 올해는 물가도 오르고 하니 장을 봐도 먹을게 없다”며 “며칠 전에 미리 장을 다 봤지만 왠지 제사상이 너무 허전할 것 같아 추가로 장을 보러 나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기가 바닥을 치고 있는 동구지역에 비하면 태화시장 상인들의 상황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올해 동구지역 전통시장들은 평균적으로 손님과 매출이 절반 이상 줄어들면서 혹독한 시기를 겪고 있다.

전하시장상인회 이영필 회장은 “추석임에도 불구하고 손님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우리집은 그나마 장사가 조금 되는 편인데도 불구하고 올해는 파리만 날리고 있다”며 “지난해의 경우 한우 선물세트를 20개 이상 팔았는데 올해는 달랑 2개만 나갔다”고 말했다.

동구의 월봉시장상인회 관계자는 “상인들은 나와있지만 동구지역 전통시장들은 개점휴업 상태나 다름없다”며 “최근 남북회담이 국가적인 이슈로 떠오르고 있지만 우리는 당장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정부에서 동구와 같은 고용위기지역의 민생을 보다 신경써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우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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