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탑승 시외버스는 전무

가격 비싼 KTX등은 이용부담

저상시내버스 보급률 12% 불과

울산이 7대 광역시 중 최하위

“남들처럼 명절에는 고향에 내려가 친척들을 보고 싶은데, 올해도 못 갈 것 같아요.”

지체장애인 A(53)씨는 올해도 추석을 혼자 집에서 보낼 생각에 명절 분위기를 느끼지 못한다. 울산에서 고향 상주까지 가는 시외버스가 하루에 9편 있지만 휠체어를 이용하는 A씨가 탈 수 있는 시외·고속버스는 없다. A씨는 “시외·고속버스를 타려면 휠체어를 접어 화물칸에 넣은 뒤, 계단을 올라 차에 타야 하는데 보호자가 없으면 사실상 버스 탑승이 불가한 셈이다”고 설명했다.

명절을 앞두고 중증장애인들의 서러움이 커지고 있다. 기본적인 권리인 이동권을 보장받지 못해 고향에 갈 기회마저 상실하고 있기 때문이다.

명절 이동수단으로 시외·고속버스가 가장 많이 이용되지만 시외·고속버스 중 휠체어 탑승 설비를 갖춘 버스는 전무하다.

KTX나 항공편의 경우 설비가 갖춰져 있지만 가격이 비싸 교통약자 중에서도 특히 저소득층은 이용하기가 어렵다.

정부가 최근 교통약자 이동권 보장정책을 통해 내년에 휠체어 탑승설비를 갖춘 고속버스 18대 시범 운영 계획을 발표하는 등 장애인들의 이동권 증진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다행이다.

문제는 정작 지역 내 교통약자를 위한 이동권 향상 움직임은 여전히 더디기만 하다는데 있다. 특히 울산은 교통약자에 대한 배려가 전국에서도 가장 낮다.

올해 상반기 기준 울산 지역에서 운행중인 시내버스 총 870대 중 저상버스는 103대에 불과하다. 저상시내버스 보급률은 12% 수준으로, 전국 저상버스 보급률 19%보다 낮고 7대 광역시 중에선 최하위다.

지난 2005년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이 제정된데다, 지난해에는 국토교통부가 제3차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계획(2017년~2021년)을 통해 저상버스 보급률을 42%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으나 울산시는 매년 예산 때문에 저상버스 도입을 외면하고 있다.

주기쁨 울산시장애인종합복지관 사회복지사는 “교통약자들도 가족이 있고, 추석에 고향 등 다른 지역으로 가 친척들을 보고 싶어한다. 남들과 마찬가지로 편히 이동할 권리를 누려야한다”며 “하지만 지역 외는 물론 지역 내 교통 시설도 부족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김현주기자 khj1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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