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는 1일 ‘반구대 암각화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와 맑은 물 공급 대책 관련’이라는 보도자료를 냈다. 울산시의원의 질의에 대한 답변서다. 의원의 질의도 문제의 핵심을 파고들지 못했지만 답변도 그에 못지않게 두루뭉수리해서 울산시가 암각화보존과 맑은물 공급에 대해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알기가 어렵다. 시민들을 대신해서 정책질의를 할 때는 명확한 답변을 유도할 수 있도록 적확(的確)한 질의를 해야 할 것이며, 울산시도 질문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읽고 성실하게 답변서를 내놓아야 할 터인데, 둘다 지극히 형식적이라 오히려 갑갑증만 증폭됐을 뿐이다.

자료에 따르면 울산시는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해 국무조정실, 환경부, 문화재청 등 관련 부처와 다양한 방안을 협의하고 있으며 빠른 시일 내 반구대 암각화의 보존방안을 마련하고 대곡천 암각화군 세계문화유산 등재에도 속도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울산시의 계획이 뭔지 짐작도 할 수 없는 하나마나한 소리다. 맑은 공급과 관련해서도 “영천댐, 임하댐 등 원수를 울산시에 공급하도록 중앙정부와 적극 협의하겠다”면서 “물수요관리 방안까지 포함하고 대체수자원 확보 등 종합적인 맑은 물 확보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다. 문화예술과 담당자가 답변할 사항이 아닌 탓인지 구체성이라곤 없고, 오히려 진리와 정의를 덮으려는 의도된 모호함이란 의구심을 살 수밖에 없는 임기응변으로 읽혀진다.

지난 7월 취임한 송철호 시장은 ‘반구대 암각화 보존과 맑은 물 공급’이라는 중차대한 문제와 관련해서 그 동안의 정책방향과 정반대의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후보시절에도 ‘사연댐 수위를 낮추어 암각화를 보존해야 하고, 맑은 물은 인근 도시의 댐으로부터 공급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고 취임 후 언론 인터뷰에서도 같은 맥락의 발언을 해왔다. 이는 그 동안 울산시가 ‘맑은 물 공급대책 없이 사연댐 수위를 낮출 수 없으며 암각화 보존을 위해 물길을 돌리는 제방을 쌓아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었던 것과는 정반대 방향이다. 옳건 그르건 십수년 동안 유지해온 시정기조를 정반대 방향으로 틀려고 한다면, 그것도 시민들의 관심이 높고 생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면, 송시장이 직접 명확하게 계획을 밝히고 시민들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 ‘소통’을 가장 중요한 시정철학으로 삼겠다고 누누이 강조해온 송시장이 아닌가.

암각화 보존이 중요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울산시민들에겐 맑은 물을 먹어야 하는 당연한 권리도 있다. 서로 배치되는 두 사안을 두고 오랜 논란으로 시민들의 피로도도 크다. 이젠 더이상 세월만 흘려 보내서는 안된다. 어떤 선택이든 우선 순위를 정하고 실행해야 할 때다. 다소 어려움이 있더라도 구체적이고 실현가능한 대안을 갖고 시민들에게 솔직하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한 다음 그 이해를 바탕으로 힘을 모아 추진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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