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가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해 사연댐 수위를 낮추겠다고 문화재청에 전달했다. 이는 송철호 시장의 소신이다. 암각화 보존에 먼저 발벗고 나서면 정부가 울산의 물 문제 해결책을 찾아줄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아울러 반구대 암각화를 울산의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자연친화적 개발도 문화재청의 몫이 되어 울산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마음도 자리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 때문에 민선 7기 출범 이후 처음으로 열린 청와대 국무조정실 주관의 ‘갈등관리 실무협의회’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런데 기대는 실망을 넘어 더 높은 벽이 되어 돌아왔다. 물문제에 대한 답변을 내놓아야 할 환경부는 참석도 안했고 문화재청은 난데없이 ‘영구적 수위조절’을 위해 사연댐 여수로를 잘라내 아예 암각화가 잠기지 않는 높이인 52m로 낮추라는 주장을 폈다. 울산의 입장에선 다른 대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최소한 지독한 가뭄이나 심각한 홍수 등의 천재지변이 일어나게 되면 사연댐 역할을 재개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마저 원천봉쇄하겠다는 것은 울산시민들이 국민으로서 당연히 가져야 하는 최소한의 안전할 권리마저 포기하라는 것이다.

십수년에 걸쳐 ‘사연댐 수위조절안’과 ‘제방 축조안’을 두고 문화재청과 울산시의 대립관계에 대한 피로도가 컸던 탓에 순서를 바꾸어보는 것도 새로운 대안이 되겠다는 마음이 없지 않았다. 송시장이 시민들과 아무런 사전협의도 없이 먼저 문화재청에 수위조절안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이해를 하고자 했던 것은 문화재청이 암각화 관광자원화에 적극 나서 줄 것이란 기대와 물관리가 환경부로 일원화하면서 맑은물 대책이 곧 수립될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문화재청이나 환경부가 이렇게 아무런 대안도 내놓지 않고 영구적 수위 조절을 먼저 시행하라고 강요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문화재청과 환경부, 국무조정실의 무책임이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이다.

현재 사연댐 높이는 60m이고, 저수용량은 1951만t이다. 이를 문화재청의 요구대로 8m를 내리게 되면 66%가 줄어든 666만t에 불과하다. 이렇게 되면 지난 한해 경험했듯이 가뭄기에는 오염의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는 낙동강 하류 원동취수장의 물을 식수로 구입해 사용할 수밖에 없고, 상류에서 발생하는 페놀유출과 같은 사고에도 완전 무대책이다. 이날 울산시는 “‘울산권 맑은물 공급사업’ 실현으로 울산의 식수가 안정적으로 공급되고, 태화강 하류지역의 홍수 문제가 해결돼야, 문화재청의 요구안을 수용할 수 있다”며 문화재청의 요구를 거부했다고 한다. 암각화 보존에 대한 울산시민들의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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