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일상을 변화시키는 건축

▲ 구겐하임 미술관 외부 전경. 건물의 외벽은 물고기 비늘과 같은 티타늄 패널로 마감됐으며, 강변 산책 보행로에서 미술관 건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설계됐다.

빌바오, 공업→문화도시로 전환
1983년 유례없는 홍수로 도시 전체 침수
도시 재생과 함께 문화·관광산업에 집중

관광산업의 중심 구겐하임 미술관
막대한 예산으로 건립 초기 의견 분분
개관 직후 한달 방문객만 130만명 넘어
연간 1200만명 방문 ‘랜드마크’로 우뚝

일상 벗어나 ‘틀을 깨는’ 건축 필요
물고기 형상서 영감…비정형 건물 완성
도시의 기반 바꿔놓은 건축물로 손꼽혀
좋은건축, 도시 전체에 긍정적 영향 끼쳐

도시에도 인간과 같은 생로병사가 있다. 그것은 우리 울산만 하더라도 충분히 가늠이 된다. 과거에는 인구 20만의 작은 농·어촌 마을이던 곳이 지금은 인구 120만의 산업도시로 성장하였다. 이런 탄생과 성장이 있으면 반대로 쇠락과 침체의 시기도 올 수 있기 마련이다.

다른 도시들은 이 침체기를 어떻게 극복하였는지를 살펴보자. 울산의 다가올 미래를 대비하는데도 유용할 것이다.

스페인 동북부에는 빌바오라는 도시가 있다. 바스크 주의 수도이기도 하며 1980년대까지 스페인의 철강산업의 중심지이었다. 그러나 세계시장의 변화에 따라 주력산업은 경쟁력을 잃었고 실업률은 치솟고 많은 사람들이 도시를 떠났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983년 유례가 없는 홍수로 도시가 완전히 침수되는 환경에서 도시의 재생과 새로운 전략의 수립이 시작되었다.

▲ 1층 로비에서 천정을 올려다 본 풍경. 기둥과 엘리베이터홀이 모두 춤추듯 자유롭게 배치되고 그 사이에 설치미술이 전시되고 있다.

그 시작은 전략적 큰 틀의 전환이다. 기존의 공업도시에서 문화도시로의 전환을 말한다. 이를 통해 문화 및 관광산업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도시의 보행 및 주거환경 등을 개선하여 살고 싶은 도시로 거듭나도록 목표를 설정하였다. 이 설정된 목표와 그 하부의 수많은 프로젝트들이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지금의 빌바오라는 세계적인 관광,문화도시가 완성되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구겐하임 미술관이 있다.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설계하였고 미국 철강산업의 거물, 솔로몬 구겐하임의 수집품들이 보관·전시 되고 있다. 미술작품도 중요하지만 건축이 가지는 조형성과 도시에서의 랜드마크적 성격이 탁월하여 지금까지도 이 건축물을 보기위해 많은 관광객이 도시를 방문한다.

계획 초기에는 빌바오시민들 사이에도 의견이 분분하였지만 이 하나의 건축이 도시에 미친 효과는 매우 긍정적이면서도 극적이었다. 건축물의 건립에 약 1억유로의 예산이 집행되었고 시의 재정으로도 이는 상당한 금액이었지만 개관한 직후 한달동안 13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미술관을 방문하였고, 빌바오에 연간 방문하는 관광객은 1200만명에 달하였다. 투자된 비용을 모두 회수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리고 관광객으로 인해 발생하는 부수적인 효과를 고려한다면 도시전체에 미치는 효과는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 드 세라 작, 시간의 문제, 구겐하임 미술관 1층 전시장.

도시의 기반을 바꿔놓을 만큼의 힘을 가진 이 건축은 어떤 건축인가. 처음 방문하여 그 앞에서면 느낄 수 있는 것은 어느 면도 직선으로 이루어진 것이 없고 구부러지고 휜 유선형의 외형에서 경외감을 가지게 된다. 물결치는 것 같기도 하고 용이 하늘로 올라가는 것 같기도 하다. 실제로 건축가는 물고기의 형상에서 영감을 얻어 초기디자인을 시작하였다고 한다.

▲ 김효엄 대한건축사협회 울산시건축사회 회원 무아 건축사사무소 소장

그리고 컴퓨터 3d 모델링의 도움으로 이 비정형 건축을 완성하였다. 외장에 사용된 재료는 티타늄패널로 마치 물고기 비늘과 같이 한장한장 이어붙여 완성하였다. 물성의 특성상 반영구적으로 동일한 재질과 색상을 유지하고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이미지가 끊임없이 변하여 도시에서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시간에 따라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런 미술관으로서의 기능과 더불어 도시에서 가지는 랜드마크로서 상징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좋은 건축은 도시에 좋은 영향을 주고 그것은 곧 우리가 살기 좋은 도시가 된다는 것이다. 일상을 벗어나거나 그 틀을 깰 필요가 있을 때는 우리에게도 이런 ‘비일상’적인 하지만 ‘좋은’ 건축이 필요할 것이다.

좋은 건축은 건축가의 열정과 그 건축을 사용할 일반대중의 애정이 합쳐졌을 때 가능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도시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어줄 촉매제가 필요한 현재 울산의 모습이 빌바오와 같이 바른 흐름으로 가기 위해서는 더더욱 시민들의 관심과 좋은 건축에 대한 바람이 필요하다.

김효엄 대한건축사협회 울산시건축사회 회원 무아 건축사사무소 소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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