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양불고기’는 양념한 소고기를 넓적하게 지짐처럼 구워주는, 일종의 떡갈비를 말한다. 울산사람들은 생고기를 바로 숯불에 구워먹는 불고기까지 통칭해서 언양불고기라고 하지만 서울 등 타지 사람들에게 알려진 언양불고기는 바로 이 떡갈비다. 어쨌든 언양의 한우구이는 맛에서는 전국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그래서 지난 2007년 전국 유일의 한우특구로 지정되기도 했다.

언양에만 밀집돼 있던 한우구이는 1990년대 말부터 봉계지역으로 확장됐다. 언양의 불고기가 다소 비싸다는 흠이 있다면 봉계지역은 푸짐한 양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느낌을 주면서 새로운 한우구이타운으로 발전한 것이다. 어느 쪽이 더 우세하다하기 어려울만큼 팽팽한 세를 과시하면서 한우구이의 양대산맥이 됐다. 이에 불고기축제도 2000년부터 두곳에서 번갈아가며 열리고 있다. 한우불고기축제는 매년 열리지만 지역을 기준하면 격년제인 셈이다. 올해는 언양차례다.

그런데 오는 19~21일로 예정돼 있던 언양불고기축제가 열리지 못할 전망이다. 불과 4일 앞둔 15일까지도 개최여부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거리축제 전환을 요구하는 언양지역 축제추진위측과 대규모 시식·행사장을 갖춘 축제를 하자는 울주군의 이견이 원인이다. 추진위측이 거리축제를 고집하는 이유는 예산 때문이다. 축제비용 가운데 1억4000만원은 울주군이, 3000만원은 울산시가 지원하지만 회원업소들이 약 300만원씩 나누어내야 하는 자부담 4000만원이 문제다. 회원업소들은 경기침체와 가격경쟁력 저하로 매출이 크게 줄어 비용을 부담하면서까지 축제를 할 필요가 있느냐고 부정적인 반응이다. 이에반해 울주군은 거리축제 형식이 참여도가 높지 않아 단순히 군비를 들여 업소 홍보를 해주는 것 외에 별다른 의미를 찾기 어렵다고 반대하고 있다.

음식은 관광산업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울산은 언양불고기 외에는 타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만한 이름난 음식이 별로 없다. 특히 산악관광활성화에 많은 예산을 쏟아붓고 있는 울주군의 입장에서는 언양불고기와 같은 특미가 절실하다. 이 언양불고기는 생고기 구이에 비해 저렴하고 어린이들이 좋아한다는 장점도 있다. 굳이 단일축제가 아니더라도 언양불고기를 살려나가야 하는 이유이다. 생고기를 주로 소비하는 울산사람들이 아닌 외지 관광객들을 고려한다면 언양불고기를 대표상품으로 내걸고 산악영화제 등 다른 축제와 연계하는 등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생고기는 전국적으로 이름난 곳이 부지기수일 뿐 아니라 가격도 비싸서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자갈치의 ‘가을전어’라는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어낸 것처럼 축제를 살리려면 그에 부합하는 먹거리 발굴도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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