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정치와 거리두고 싶어 해"…'反트럼프 정서' 반영된듯

▲ 'TRUMP PLACE' 글자판을 제거중인 맨해튼의 아파트[AP=연합뉴스]

[경상일보 = 연합뉴스 ]  미국 뉴욕 맨해튼의 아파트형 주거용 콘도미니엄 소유주들이 법적 소송 끝에 건물에 붙어있던 '트럼프' 간판을 떼어냈다.

    19일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맨해튼 어퍼 웨스트'(upper west)의 리버사이드길 200번지에 있는 46층 아파트 소유주들은 전날 건물 앞뒷면에 각각 붙어있던 'TRUMP PLACE'라는 대형 글자판을 제거했다.

    이 글자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딴 것으로, 이 아파트는 지난 2000년 단돈 1달러를 지불하고 트럼프 대통령 측과 'TRUMP' 글자판을 사용할 수 있는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당시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에 뛰어들기 전이었다.

    부동산으로 크게 성공한 '트럼프' 간판을 사용함으로써 건물 가치와 명성을 높이려는 건물 소유주들과 사세 확장을 꾀하려는 트럼프 대통령 측의 이해가 맞아떨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대선에서 당선된 이듬해인 지난해부터 이 아파트 소유주들 사이에서 '트럼프' 글자판 제거 움직임이 본격 시작됐다. 대선 당시는 물론 취임 이후에도 논란과 갈등의 중심에 서온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反) 트럼프 정서'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NYT는 "2016년 대선 때부터 소유주들의 (트럼프 글자판에 대한) 정서가 바뀌기 시작했다"면서 "많은 소유주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에서 거리를 두고 싶어 했다"고 설명했다.

    NYT는 또 "미국 내에서 맨해튼 '어퍼 웨스트' 지역보다 더 확고히 진보적인 곳이 별로 없다"면서 "이 아파트의 많은 주민에게는 건물에 붙어있는 'TRUMP PLACE'라는 큰 글자만큼 짜증 나는 것은 거의 없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소유주 가운데 일부는 글자판 제거에 반대를 표시했고, 트럼프 대통령 측의 '트럼프 그룹'은 라이선스 계약을 근거로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위협했다.

    결국, 아파트 이사회는 주 대법원에 글자판을 제거해도 되는지에 대한 확인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은 지난 5월 이사회 측의 손을 들어줬다. 라이선스 계약에는 다른 '럭셔리' 콘도와 같은 수준을 유지하라고만 돼 있지 '트럼프' 글자판을 영구히 사용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는 설득 논리가 통한 것이다.

    이사회는 이달 10일 소유주들의 최종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에서 약 70%의 찬성 의사를 확인한 후 '트럼프' 글자판을 제거했다. 이사회는 아파트 앞뒤 면의 'TRUMP PLACE' 총 20자를 제거하는 데 2만3천 달러(약 2천600만 원)의 비용이 소요된 것으로 추산했다.

    앞서 지난 2016년 말에도 인근의 아파트 3채가 이름에서 '트럼프'를 제거한 적이 있다. 당시 소유주인 부동산 개발업체 에퀴티 레지덴셜은 세입자들의 집단 탄원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NYT는 온라인 아파트 중개업체인 '시티 리얼티'를 인용해 지난해 '트럼프 아파트'의 가격은 1제곱피트당 1천741달러로, 이는 맨해튼의 평균 아파트보다 6.6% 낮은 것이라고 전해졌다. 또 맨해튼 5번가의 트럼프 타워의 1제곱피트당 가격은 2013년 3천 달러에서 지난해에는 2천 달러로 내려앉았다고 전했다. '트럼프' 이름의 인기가 시들해졌다는 것이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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