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1960년대 초부터 정부 주도로 급격한 산업화를 이루었다. 안전보다 성장이 급했다. 울산미포공단과 온산공단 2곳의 국가공단이 자리한 울산은 그 대표적 도시다. 이들 공단이 50여년을 넘기면서 안전에 대한 울산시민들의 불안감이 강해지고 있다. 특히 230여개의 정유화학업체가 집중돼 있는 온산공단은 잊혀질만하면 가스누출 등의 사고가 발생, 화약고에 다름 아니다. 게다가 위험물저장 및 처리시설의 내진율도 온산 39.60%, 울산미포 38.70%에 그쳐 지진에 대한 공포심도 확산돼 있다. 정부의 대폭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이 출석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 국정감사장에서도 이같은 우려가 제기됐다. 울산 출신의 강길부(울주) 의원은 “국가공단의 사고가 숫적으로는 줄어들고 있으나 사고로 인한 사망자수는 줄어들지 않는 등 피해정도는 더 심각해지고 있다”면서 “안전관리 강화대책을 세우라”고 질책했다. 사고건수는 2014년 44건을 시작으로 40, 31, 19건으로 해마다 감소추세에 있는 반면 사망자수는 2015년 13명에서 11명, 13명으로 큰 변화가 없었다. 당연하게도 착공후 40년을 초과한 산단이 40년 이하 산단 보다 사고발생률이나 인명 피해가 더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울산공단의 가장 큰 불안요소는 어떻게 얽혀 있는지를 알지 못하는 노후 지하배관이다. 박맹우(울산 남을)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울산지역의 국가공단 내 지하배관의 총연장은 1774.5㎞인데, 이 가운데 화학·가스·송유관 등 위험물질 배관 900㎞가 20년이상 경과한 노후배관”이라면서 노후배관진단 사업과 안전진단 용역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부가 울산시민의 생명을 담보로 국가공단을 운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 심각성을 명확하게 되짚어보아야 할 시점이다.

정부도 이같은 현실을 모르지 않는다. 울산석유화학공단 안전진단, 지하배관 통합안전관리센터 건립, 지하매설배관 지상화 등을 주요과제로 삼고 내년 정부예산에 울산국가산단 지하배관 통합안전관리센터 건립비 6억원을 확보해놓고 있다. 울산시는 지역 대학과 연구기관 등 16개 기관산업안전 전문가들이 참여한 ‘국가산단 지하 배관 선진화사업단’도 구성했다. 울산국가산단 지하배관 안전진단(10억원) 사업도 시작한다. 울산시민의 오랜 숙원인 국가공단의 안전관리가 내년에야 겨우 그 첫발을 뗄 수 있게 된 것이다. 성과가 단번에 눈에 드러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또다시 제자리걸음을 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모든 국민은 안전할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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