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 우울증 지속성·재발률 높고

불안장애·물질사용장애를 동반할수도

다양한 활동참가·치료 지속 권유해야

▲ 박장호 울산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자녀의 우울증 문제로 병원을 찾은 부모를 상담하고 있다.
한국 청소년 사망원인 1위는 자살이다. 청소년 자살사망률이 2009년 정점을 찍은 후 2015년까지 감소추세를 보이다가 2016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통계청의 2016년 통계청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살사망률(인구 10만명당)은 25.6명으로 전년 대비 0.9명(3.4%)으로 감소했지만, 아동청소년 자살사망률은 4.9명으로 전년 대비 0.7명(16.7%)이나 증가했다. 청소년 자살의 가장 큰 요인이 되는 것은 우울증이라 한다.

박장호 울산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청소년기 우울증에 대해 알아본다.

◇과잉행동 보이거나 집중력 떨어졌다면 의심

자살을 선택하는 아동청소년 대부분이 ‘정신건강학적’ 문제를 안고 있다고 한다. 교육부가 유가족을 대상으로 진행한 심리부검 결과, 자살 학생 중 상당수는 정신병리가 있었으나 이중 30%만이 정신질환 진단과 치료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청소년기 우울증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매우 심각한 수준이며,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학생들도 많은 것이다.

박장호 울산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성인들의 경우에는 경제적 어려움이나 대인관계의 문제 등으로 계획적인 자살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에 비해 청소년들의 자살은 충동적인 경향이 있다. 즉 청소년들이 흔히 택하는 자살 시도란 이러한 고통을 주변에 알리고자 하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청소년의 우울증은 성인의 우울증과 어떻게 다를까.

박 교수는 “성인 우울증은 울적한 기분, 답답함, 흥미의 감소, 식욕과 체중의 감소, 불면, 의욕 저하 등을 느끼며 자신이 뭔가 잘못한 느낌이 들거나 쓸모 없는 사람으로 여겨진다. 반면 청소년의 우울증은 전형적인 증상 이외에 신체검사에서 특별한 이상이 확인되지 않는 신체 증상을 보이거나 과잉행동, 공격적인 행동, 집중력 저하 등의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청소년기에 발생하는 우울증은 성인기 우울증에 비해 높은 지속성과 재발률을 보이고, 학업적, 대인관계적, 사회적 영역에 손상을 준다. 특히 청소년 시기는 학업적 성취 또는 대인관계적 경험을 통해 사회성을 발달시켜야 할 시기인데 우울증과 같은 질병을 경험하게 되면 이 나이 때에 성취해야 할 발달 과제들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가 어려워진다. 이와 더불어 다른 정신건강의학과 질환(불안장애, 물질사용장애)을 동반할 가능성이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해·공감하되, 섣부른 충고 삼가야

청소년들의 우울증 치료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부모들의 관심이 매우 중요하다.

박 교수는 “우울증을 가진 학생의 부모를 상담하다 보면 ‘잘 하던 아이가 왜 그런지 모르겠다’ ‘아이가 의지가 약해서 그렇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게 된다. 자녀들의 우울증에 의한 증상을 단순히 환경적인 요인에 의한 기분 변화 정도나 의지가 약하거나 노력을 덜해서 생기는 병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이는 도리어 학생에게 상처를 줘 우울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 실제로 가장 큰 도움이 되어야 할 주변 사람들이 자살을 예방하는데 있어 방해가 되는 경우라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런 경험을 하는 학생들에게 보호자들은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좋을까.

박 교수는 “학생들이 평소와 달리 행동하거나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 문제 행동이나 꾀병으로 보기 보다 그들의 문제를 경청하고 관심을 보이려 노력해야 한다. 문제 행동을 보일 때는 그 이면의 외로움, 분노, 걱정, 불안 등의 감정이 숨어있지 않나 살펴보아야 한다. 또 학생들이 경험하는 어려움을 충분히 들어주고 이해, 공감을 하되, 섣부른 충고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학생들이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도록 권할 수 있으나 조급하게 강요하게 되면 역효과만 생기게 된다. 마지막으로 치료를 시작했다면 지속하도록 권유하고, 만약 투약하는 중이라면 약을 잘 먹도록 도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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